‘개미털기’ 의혹 일파만파…외국자본 대량 매도에 증시 쌍두마차 휘청

카카오페이 14%·SK하이닉스 9% 등 시장 주도주 폭락…선량한 소액투자자들 ‘곡소리’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 달 간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시장 주도주들이 외국계 증권사의 대량 매도에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종목은 외국계 증권사의 극단적인 ‘투자 하향’ 의견이 담긴 리서치 보고서에 크게 휘둘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계 증권사들이 추가 매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만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韓 증시 쌍두마차 카카오페이·SK하이닉스 외국계 증권사 매도에 급락…소액주주 ‘피눈물’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카카오페이는 전일 대비는 14.41% 하락한 5만7600원에 거래되며 폭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날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약 146만주의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낙폭이 크게 확대됐다. 현재가 기준 약 840억원 규모로 같은 시간 골드만삭스 창구에서 거래된 매수 수량은 단 한 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재명정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대장주로 꼽히며 최근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 종목이다. 심지어 이날 새벽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3대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소식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3대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제도권에 편입시키겠다는 ‘지니어스 법안’이 포함돼 있다.

▲ 카카오페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연합뉴스]

같은날 또 다른 시장 주도주도 외국계 증권사 악재의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시간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에도 약 9만9000주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동시에 JP모간과 모간스탠리도 각각 70만8555주, 59만4806주를 팔아치우는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매도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9.04% 하락한 26만925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장중 9% 넘게 하락한 것은 지난해 4월 7일 이후 약 1년 3개월만이다.

주가 하락은 주식시장 개장 직전 발표된 골드만삭스의 부정적인 리포트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장전 SK하이닉스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의견을 냈다. 보고서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내 경쟁 심화로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며 “현재 주가에는 과도한 낙관론이 반영돼 있는 만큼 투자에 있어 보수적 입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는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의 판단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14일 국내 증권가 컨센서스(3개월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액 20조4385억원, 영업이익 8조9230억원 수준을 기록해 사상 첫 분기 기준 ‘매출 20조·영업이익 9조’ 클럽 가입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같은 시간 SK스퀘어 역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이하 메릴린치)가 9만2047주를 대거 매도하면서 전일 대비 8.73% 하락한 15만8900원에 거래되며 낙폭을 키우는 중이다. 메릴린치의 매도액은 현재가 기준 약 146억원 규모로 같은 시간 메릴린치 창구에서 거래된 매수 수량은 단 한 차례도 기록되지 않고 있다.

▲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의 갑작스런 매도 행렬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탄식과 절망이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소액주주 A씨는 “회사에 부도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루에 100만주를 매도할 수 있냐”며 “우리와 같은 소액주주들은 이런 대량 매도세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뉴욕증시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관련주인 서클은 19%나 폭등했는데 같은 테마의 국내 증시 대장주 카카오페이는 아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래서 국내 주식은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 B씨는 “자타공인 삼성전자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국내 최고의 기업이 외인 투자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며 “회사 실적도 좋고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허용 수혜도 기대돼 투자했는데 하루 만에 수천만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거대 자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주주가지 제고와 한국 증시 신뢰 확보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투자자본의 필요성과 리포트 발표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외국계 증권사가 의도적으로 물량을 과도하게 매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세가 국내 투자자들의 손절 물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추가 매수 기회를 얻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주식 종목에 대해 매도 물량을 대량으로 푼 뒤 다시 매수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며 “어떠한 이유에서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매도를 감행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현동 배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증시에 외국계 자본이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외국계 증권사에서 하루 만에 대량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는 것은 해당 종목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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