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틀리가 2026년 첫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콘셉트카 ‘EXP 15’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디자인 언어를 제시하면서, 향후 전기차 라인업에 대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EXP 15는 전통적인 세단과 쿠페, SUV의 요소를 결합한 ‘리프트 스타일 세단’으로, 전통적인 벤틀리 디자인과는 확연히 다른 실험적 외관이 특징이다. 수직형 헤드램프와 조명을 활용한 그릴, 새롭게 디자인된 윙 엠블럼, 그리고 조명이 내장된 보닛 장식 등은 미래 지향적 분위기를 더한다. 차체는 실버-골드 색상과 블랙 루프가 대조를 이루며, 공기역학을 고려한 휠과 넉넉한 지상고도 적용됐다.

차량 구성도 독특하다. 전체적으로는 3도어 구성으로, 운전석 쪽에는 문이 하나만 있으며, 조수석 측에는 앞뒤로 두 개의 문이 배치됐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미의 조수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공간은 반려동물용 침대나 수납공간 등으로 대체되고, 실내는 운전자 포함 총 3인승으로 설계됐다. 이 밖의 좌석은 뒤로 밀거나 회전시켜 다양한 탑승 모드를 구현할 수 있다.

대시보드는 ‘윙 제스처(Wing Gesture)’로 불리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운행 중에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고, 화면을 껐을 때는 하단의 우드 베니어 마감이 드러난다. 여기에 기계식 시계처럼 작동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스위치 조작계도 더해져, 완전한 디지털이 아닌 ‘디지털+기계식 감성’의 조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2열은 콘솔을 중심으로 나뉘며, 냉장고와 독립 조명, 전용 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트렁크 공간은 고급 피크닉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부는 접이식 좌석으로 변형되고, 콘솔에 탑재된 램프와 냉장고는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활용도를 높였다.

벤틀리는 EXP 15를 전기 구동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과 긴 주행거리, 고속 충전 능력을 갖춘 완전 전기차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다만, 파워트레인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장 길이는 약 5,000㎜로, 플라잉스퍼의 5,316㎜보다 다소 짧다.

앞서 벤틀리는 첫 전기차가 ‘럭셔리 어반 SUV’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양산 모델은 이번 EXP 15와 일부 디자인 요소를 공유하되, 포르쉐의 차세대 카이엔 EV와 플랫폼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P 15는 벤틀리가 전기차 시대로 본격 진입하며 제시하는 ‘새로운 럭셔리’다. 조수석이 없는 3인승 구성부터 기계식 감성을 녹여낸 디지털 인터페이스까지, 벤틀리는 전통과 미래 사이에서 독자적인 해석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