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날의 검이 된 AI의 ‘고인 복원’

유성원 메모리얼소싸이어티 대표 2026. 1. 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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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보고 싶어요.” 스마트폰 화면 속 고인은 생전과 똑같은 목소리로 답한다. “나도 보고 싶구나.” 인공지능(AI)이 고인의 목소리와 얼굴, 말투까지 재현하는 ‘디지털 영생’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윤리적 기로에 섰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위안은 매혹적이지만, 과연 이것이 유족에게 진정한 치유일까.

정신의학은 시간이 지나며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인간의 결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뇌의 정교한 방어 기제임을 확인해 왔다. 사별 초기 과활성화된 편도체는 극심한 슬픔을 야기하지만, 2~3년이 지나면서 전두엽이 감정을 조절하고 강렬했던 기억은 서술적 기억으로 통합된다. 그 결과 고인을 고통 없이 추억할 수 있는 ‘통합된 비탄’ 단계에 이른다.

문제는 AI 복원 기술이 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약화시켜야 할 기억을 기술이 영원히 생생하게 유지시킨다면, 유족의 뇌는 고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게 된다. 정신의학계는 고인에 대한 집착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지속성 비탄 장애’라는 병리적 상태로 진단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중독 가능성이다. AI를 통해 고인을 ‘소환’하면 뇌는 일시적 안도감과 함께 도파민을 분비하지만, 대화가 끝나면 더 큰 상실감이 몰려온다. 유족은 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AI를 찾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술이 위로가 아닌 새로운 의존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작별 인사조차 못한 유족에게 AI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마무리할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기의 제한적 역할이어야 한다.

진정한 애도는 고인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고인 없는 세상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이다. AI 기술은 유족이 건강하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이별의 조력자가 되어야 하며, 그 역할이 끝나면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이를 위해 시기별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사별 초기 6개월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작별 인사에 초점을 맞추고, 6개월에서 2년 사이에는 접속 횟수를 점진적으로 줄이며, 2년 이후에는 대화형 AI보다 사진이나 기록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복원된 고인의 페르소나를 활용해 “이제 나를 보내주고, 너의 멋진 인생을 살아가렴”이라고 따뜻하게 조언하는 방식이다.

죽음과 애도는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 경험이다. 이것까지 기술로 우회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성의 핵심을 훼손할 수 있다.

AI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단기적 수익이 아닌 유족의 장기적 정신 건강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기술은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게 해야 한다. 그것이 AI 기술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인간적 원칙이다.

유성원 메모리얼소싸이어티 대표

유성원 메모리얼소싸이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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