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저항선' 뚫은 유가…韓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이석주 기자 2026. 3. 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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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사태 악화에 국제유가 100달러도 돌파
유가 흐름에 큰 영향 받는 한국경제 빨간불
기름값 비롯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 경제가 또 불안감에 휩싸였다.

유가가 오르면 기름값을 비롯한 국내 소비자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최근 1500원을 다시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및 고금리 흐름과 맞물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질 전망이다.

▮물가·환율·금리 모두 상승 압력

9일 관계부처와 국내 주요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중동 사태는 한국 경제가 ‘3고’(물가·환율·금리 동시 상승) 현상에 직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107.54달러) 현상은 우리 경제 전반에 복합 충격을 주는 악재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다. 이는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공산품 등 주요 분야에 2, 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환율 상승도 우려된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이미 1450원대 중반에서 고공행진 중이었다.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소식이 전해진 이날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급등한 149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린다.

채권 금리도 들썩인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장 초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3.4%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중동발 물류 차질 우려가 겹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운송 지연과 운임 상승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불가피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특정 분야가 아닌 한국 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25년 전망치(1.0%)보다 배 높은 2.0%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6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기준으로 한 결과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이미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에 따른 파장이 커지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하고,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오르면 세계 교역이 축소되고 물류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도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해 수익성 악화와 설비투자 지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통화정책의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에 ‘S 공포’ 확산

이번 유가 상승이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이 악화돼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유가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다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기요금에는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변동이 반영된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중동상황 대응본부 회의’에서 “일반 국민은 석유 가격이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해 민생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정유사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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