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이 심각해졌다. 5월 국경 충돌이 말레이시아의 중재로 휴전되나 했더니 7월, 11월 국경 군사 충돌로 무산되고, 12월엔 캄보디아 육군의 중화기 공격과 태국 공군의 공습으로 전면전 양상으로 급변했다. 양국 국민 40만여명이 피난한 국경지대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양국의 국경 분쟁의 역사적 배경은 유구하다. 캄보디아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를 지배한 앙코르 왕조의 크메르 제국을 국가의 기원으로 본다. 앙코르와트 등 찬란한 앙코르 문명을 일으킨 크메르 제국은 중세 태국의 아유타야 왕국의 침공으로 쇠락한다. 크메르 제국의 영토를 아유타야 왕국과 주변 왕국들이 분할해 오늘에 이른 나라들이 태국, 베트남, 라오스다.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식민 통치가 은원으로 얼룩진 캄보디아-태국 국경에 분쟁의 지뢰를 묻었다. 프랑스는 식민지 캄보디아를 대신해 독립국인 ‘시암(태국의 전 국호)’과 1907년 국경을 확정하면서 ‘프레야 비헤아르 사원’을 캄보디아에 포함시켰다. 당시 시암은 이 사실을 모른 채 프랑스의 국경 측량을 인정했고, 나중에 오류를 발견했지만 이의 제기 대신 국경수비대를 배치했다. 1954년 독립한 캄보디아가 태국의 국경수비대 철수를 요구하면서 사원은 양국 국경 분쟁의 진앙지가 됐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62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 국경지도를 인정해 사원과 주변지역을 캄보디아령으로 판결했다. 캄보디아는 ICJ 판결로 확정된 영토 주권을 주장한다. 태국은 실효지배의 역사를 앞세워 인정하지 않는다. 유네스코가 사원 일대를 캄보디아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을 때도 태국에서 난리가 났다. 사원은 앙코르와트에 버금가는 크메르 제국의 유산으로 캄보디아 국민의 역사적, 문화적 성지로 캄보디아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이 프랑스의 실수로 지워진 실효 지배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태국의 의지도 완강하다.
국경 분쟁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면 국력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질서가 작동한다. 인도차이나의 중견국가인 태국의 GDP(국내총생산), 국방력, 인구는 약소국 캄보디아를 압도한다. 특히 공군 전력의 격차는 어른과 아이에 가깝다. 영토 분쟁을 전쟁으로 종결지을 능력이 캄보디아에겐 없다는 얘기다. 캄보디아가 국경 분쟁을 ICJ에 맡기고, 분쟁이 있을 때마다 아세안 국가들의 중재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태국과의 국경 분쟁에서 캄보디아의 전략적 자산은 국제법과 국제여론이 전부인 셈이고, 말레이시아와 미국의 휴전 중재를 반기고 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태국은 캄보디아와 1 대 1 직접 담판으로 국경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압도적 국력을 사장시킬 이유가 없다. 강대국의 국경 분쟁은 군사적, 비군사적 분쟁을 유지해야 국가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침공의 원인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선전전의 진실은 언제나 모호하고, 최종적으로 승자와 강자 편에 서기 일쑤다.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은 인도차이나 역사를 공유하는 두 나라가 국경 분쟁을 평화롭게 중단하고 국경의 문화유산을 인류와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태국 입장에서는 약소국 캄보디아를 상대로 고려할 분쟁 해결 방식이 아닐 것이다.
세계 곳곳의 국경 분쟁은 평화적 해결은 매우 어렵다. 오래된 역사 인식과 민족 감정이 뒤섞인 분쟁은 비타협적이고, 해결의 수단인 국제법은 국가이기주의적 해석으로 효력이 제한적이라서다. 핵보유국 중국과 인도의 국지적 국경 충돌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강대국 중국이 16개의 해상 구조물을 설치하며 한·중 해상 경계를 슬금슬금 침범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의 해상 패권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방식이 한·중 해상 경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국력을 추월하려는 강대국 중국이다. 의도적인 국경 분쟁화 전략으로 봐야 한다. 일본의 전략적인 독도 분쟁화 보다 두렵다. 대한민국은 이미 일본과 국력이 대등하고 국방력은 앞선다. 감당할 수 있는 분쟁이다. 하지만 중국의 의도는 두렵다. 국력의 차이 때문이다.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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