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vs 하나, 리딩뱅크 2위 혈투…격차 273억원

(왼쪽부터) 신한·하나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 제공=각 사

하나은행이 신한은행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리딩뱅크 경쟁의 초점이 선두에서 2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양강구도였던 시중은행 판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7748억원, 하나은행은 3조7475억원을 기록했다. 두 은행의 순이익 차이는 273억원으로 분기 실적 하나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3조8620억원으로 4년 만에 연간 기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신한과 하나 간 초박빙 구도에 쏠린다. 신한은행은 2024년 연간 순이익 1위에 오른 뒤 지난해 상반기까지 선두를 유지했으나 3분기 들어 국민은행에 84억원 차이로 자리를 내줬다. 그사이 하나은행이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증가율만 보면 흐름이 더 뚜렷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3조3564억원) 대비 11.7% 늘었다. 금리 하락과 가계대출 규제 환경을 감안하면 두 자릿수 성장은 이례적이다. 이에 단순 외형확대가 아니라 수익구조 변화가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은 비이자이익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8조728억원으로 직전 연도(7조7385억 원)와 비교해 4.3% 증가에 그쳤다. 순이자마진 축소와 조달비용 부담에 따라 이자이익만으로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조928억원으로 전년(6870억원) 대비 59.1% 급증했다. 순이익 증가의 중심축이 이자에서 비이자로 이동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매평가익이 1조1441억원으로 76% 늘었고 수수료이익은 1조260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특히 자산관리 수수료이익이 3396억원에서 4328억원으로 확대됐고 이 가운데 신탁 수수료이익은 2038억원에서 2478억원으로 늘었다. 수수료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신탁이 떠받친 셈이다.

개인투자자의 자금흐름이 개별종목 중심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분산·장기투자로 옮겨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원금보전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공급을 강화한 전략도 맞물렸다.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리빙트러스트 수요 증가 역시 신탁 수수료 확대에 일조했다. 단기매매보다는 관리형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한 결과다.

신한·하나은행의 최근 5년간 지배주주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다만 경쟁구도를 단순한 추격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신한은행 역시 비이자이익을 빠르게 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은 9448억원으로 전년(5206억원) 대비 81% 넘게 증가했다. 유가증권과 FX·파생상품을 합산한 손익은 8803억원에서 1조2294억원으로 39.7% 확대됐다.

같은 비이자이익 증가라도 방식은 다르다. 하나은행이 축적형 수수료 기반을 넓혔다면 신한은행은 시장 변동성을 활용하는 운용 역량을 앞세웠다. 이에 따라 축적형 수수료와 변동성 활용 수익이라는 서로 다른 축이 작동했다.

여신 포트폴리오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의 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176조2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187조8056억원으로 규모는 더 크지만 증가율은 3.9%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5.5% 늘어난 반면 신한은행은 3.2% 증가했다. 생산적 금융 기조 하에 혁신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흐름에서 하나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여신을 늘린 결과다.

그렇다고 체급이 역전된 것은 아니다. 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신한은행이 10조원 이상 많고 비이자이익 규모 역시 신한은행이 크다. 절대 규모에서는 신한이 앞서고 증가 속도는 하나가 빠르다. 결국 각각 전략이 다른 만큼 승부는 수익구조의 지속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위와 3위의 격차가 사실상 오차범위 수준으로 좁혀졌다"며 "분기 실적에 따라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비이자이익의 질과 기업대출 포트폴리오가 올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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