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타니를 이용하지 않는다” 고향 소도시의 ‘절도 있는 거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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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만의 외딴 소도시

이와테현(岩手県)이라는 곳이 있다. 일본에서도 약간 외진 곳이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540㎞ 떨어졌다. 신칸센으로 2시간 30분, 차로는 6시간 30분 거리다.

거기서도 작은 도시다. 오슈(奥州)라는 곳이 있다. 자연경관이 좋은 휴양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구 10만이 겨우 넘는 시골 마을이다.

이곳이 몇 년 사이 유명해졌다. 세계적인 인물을 배출한 덕분이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31)의 고향이다.

그는 여기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물론 야구를 시작한 곳도 이곳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리틀 리그 팀에서 처음 공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고교 시절이다. 그곳도 멀지 않다. 오슈시에서 30분 거리다. 하나마키히가시 고교로 진학해 고시엔의 별이 됐다.

지금은 세계 최고가 됐다. 웬만한 톱스타 정도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존재가 됐다.

일본의 한 매체가 이곳을 찾았다. 넘버웹이라는 매거진 형태의 미디어다. 깊이 있는 취재와 인터뷰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는 곳이다.

이번 기사는 지역 탐방기다. 이를테면 ‘오타니의 고향을 찾아서’ 정도 느낌이다.

일단 제목이 흥미롭다. ‘오타니 쇼헤이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고향 이와테현 오슈시의 절도 있는 거리감이란….’

그 내용을 소개한다.

오타니를 중심으로 제작된 오슈시 지도. 오슈시 홈페이지

“오타니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다저스의 도쿄 개막전(3월) 때다. 일본에 간 팀 동료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공항에서, 백화점에서, 지하철에서, 거리 곳곳에서. 온통 오타니의 사진으로 도배된 풍경이다.

맞다. 그 정도다. 일본에서는 영웅 정도가 아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거의 신이 돼 가는’ 느낌이다.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일본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야구다. 거기서 불세출의 스타가 탄생했다. 그것도 감히 동양인은 꿈도 꾸지 못하는 영역이다. 홈런왕을 몇 번이나 차지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물론이다. 반듯한 품성까지 갖췄다. 그래서 모두가 칭송한다.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충분히 자랑과 감격의 대상이다.

하지만 고향 오슈시는 조금 다르다. 요란하거나, 시끄럽지 않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그렇게 세계 최고를 배출한 긍지를 표현한다.

시청의 한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쪽에서 오타니 선수에게 무리한 부탁을 할 일은 없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물품을 보내거나 하는 것도 일절 하지 않는다. 고향 응원단의 활동도 어디까지는 순수한 취지다. 오직 야구에 집중하도록, 폐를 끼치는 일은 없다.”

간혹 행사도 열린다. 합동 응원, 사진전, 상품 기획전 등이다. 그러나 영리 목적은 없다. ‘고향 서포터스’에 가입된 기업이나 단체는 300개에 가깝다. 모두 이런 설립 취지에 동의했다.

시청에 설치된 ‘악수상’. 오슈시 홈페이지

길이 43m의 ‘오타니 연표’

오슈 시청에 가면 눈에 띄는 코너가 있다. ‘악수상(握手像)’이다.

오타니의 오른손이 금빛(구릿빛) 조형물로 제작됐다. 방문객이 악수하는 포즈로 사진 찍을 수 있다. 실제 본인 손을 본떠 제작한 것이다.

‘바쁜 대스타가 언제 이런 걸 또….’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이것도 설치 시기가 2017년이다. 미국 진출 이전이라는 얘기다.

악수상 주변에 전시 코너가 있다. 입었던 유니폼,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 액자 등이 걸린 곳이다. 이것 역시 규모가 크지 않다.

무엇보다 본인과는 무관한 출처의 전시품들이다. 주민들이 각자 소장품을 기증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오슈의 또 다른 명소가 있다. 시립 도서관이다. 여기는 ‘오타니 연표(年表)’가 유명하다. 그의 기록이나, 사건, 뉴스를 연도별로 빼곡히 정리해 놨다.

이를 테면 ▶ 1994년 7월 5일 미즈사와시(현 오슈시)에서 3400그램 무게로 탄생 ▶ 중학교 2학년 때 투구 속도가 시속 140㎞ 초과, 같은 사실들이다.

이곳 사서(여성 공무원)가 직접 제작한 것인데, 그 길이가 무려 43m에 달한다. 대충 훑어보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날이 갈수록 기재할 것도 점점 많아진다. 50-50 달성, 월드시리즈 우승, MVP 수상 같은 굵직한 일들이 생긴 탓이다. 때문에 담당자가 격무에 시달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오타니 연표. NHK 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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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처럼 열광하지 않는다

동네가 원체 작다. 그러다 보니 직접 아는 사람도 많다. 같은 학교 동문, 이웃 주민은 기본이다. ‘같은 팀에서 뛰었다.’ ‘오타니 볼을 쳐봤다.’ 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이 아니다.

까마득한 월드 스타다. 그러나 오슈 시민들에게는 아들이나 손자 같다. 친구 같고, 형이나 동생 같다. 그런 존재다.

폼 잡을 일도 없다. 한 시민은 매체의 취재에 이렇게 답한다.

“오타니 씨가 대단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잘난 것은 아니지 않냐.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괜히 우쭐대는 것도 우습다. 그냥 각자의 마음속에 자랑으로 남아 있으면 그만이다.”

그걸 ‘절도 있는 거리감’이라고 표현했다. 도쿄처럼 열광하지 않는다. 온 천지를 오타니 사진으로 뒤덮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하고, 차분하고, 소박하게 바라본다. 연대기를 작성한 여성 공무원의 말이다.

“나도 오슈에서 나고 자랐다. (오타니 씨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세계적인 슈퍼스타와 비슷한 풍경을 보고, 비슷한 체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 그런 믿기 어려운 기분만으로 충분하다.”

에필로그

오타니의 부모는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 단, 예전 아이들을 키울 때의 집은 아니다. 몇 년 전에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그렇다고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소박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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