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여행·여가 플랫폼인 여기어때에 투자했던 유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이 자금 회수 시나리오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특히 경영권 매각이 지지부진한 와중 무상증자로 주식 수를 크게 늘린 배경에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CVC캐피탈로서는 1조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기어때의 호실적이 뒷받침되면서, IPO를 통한 엑시트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여기어때의 총 발행주식은 3039만7842주로 나타났다. 2023년 말까지만 해도 168만7183주에 불과했지만 1주당 17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통해 발행주식이 크게 늘었다. 통상 비상장사가 증자를 통해 발행주식을 늘리는 것은 향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늘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여기어때의 최대주주는 CVC캐피탈이다. 지난해 말 기준 CVC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 베이컨스컴퍼니(Vacance Company)를 통해 여기어때 지분 80.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어때 주주현황. /자료=여기어때 2024년 사업보고서
CVC캐피탈은 2019년 심명섭 전 대표가 가지고 있던 여기어때 지분 45.1%와 위드웹, JKL파트너스 등의 지분 26.4%를 매입했다. 구체적인 인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CVC캐피탈은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여기어때 수장을 맡고 있는 정명훈 대표는 CVC캐피탈 한국사무소 대표 시절 여기어때 인수를 이끈 뒤 여기어때로 자리를 옮겨 직접 경영하고 있다.
CVC캐피탈은 지난해 초 여기어때 매각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를 선정해 매각에 나섰다. 주관사 선정 전 유상감자를 통해 809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 후 엑시트에 나섰지만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자 IPO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IPO를 통해 일부 구주를 매각하고 향후 경영권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CVC캐피탈이 원하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이상이다. 인수 당시 가격과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실제로 CVC캐피탈이 인수한 후 여기어때의 실적은 우상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여가업계가 타격을 받았을 때도 여기어때는 줄곧 흑자를 기록했다.
CVC캐피탈이 인수하기 전인 2018년 여기어때의 매출액은 686억원, 영업손실은 99억원이었다. 2019년 흑자로 전환한 후 2020년에는 영업이익 100억원을 넘겼고 2022년에는 처음으로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4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 늘어난 56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창출 현금도 822억원으로 5% 증가했다. 특히 영업비용 중 지급수수료에 171억원을 썼는데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주요 사업인 예약 관련 수익이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는 2023년 적자를 기록하던 망고플레이트 사업을 철수했고 올해에는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종합여행사 온라인투어를 인수했다.
CVC캐피탈 측은 여기어때 엑시트 방안에 대해 "매각과 IPO 모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