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핵잠수함 설계 속도에 놀란 미국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 기본 설계가 내년 말쯤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미국 안보·군사 분야에서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통상 핵잠수함은 원자로 설계, 선체 구조, 소음 억제, 충격 대응 체계까지 모두 새로 짜야 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만 해도 수년에서 10년 가까이 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6,500톤급 선체에 약 70MW급 원자로를 탑재하는 구상을 비교적 단기간에 기본 설계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 속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에 디젤-전기 잠수함 위주 전력을 운용해 온 한국이 단숨에 핵추진 잠수함 설계 단계로 넘어간 점이 주목을 받았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오랜 기간 재래식 잠수함 전력에 집중해 온 동맹이었고, 핵추진 함정은 미·영·프·중·러·인도 정도에 한정된 ‘클럽’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한국의 핵잠 프로그램은 아시아 해양 전략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로 평가되면서, 초기에는 묵시적 용인에 가까운 분위기가 있었지만, 설계 속도가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나자 미국 내부 기류도 미묘하게 변했다.

원자로를 잠수함에 넣는다는 것의 의미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은 단순히 원자로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잠수함 내부는 공간이 극도로 제한되고, 해수 압력과 충격, 온도 변화, 진동이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이다. 이런 곳에 원자로를 넣어 상시 운전하려면, 방사선 차폐, 열 관리, 출력 제어, 비상 정지, 충격·침수 상황 대응 같은 수십 개의 변수에 동시에 답을 내야 한다. 원자로 설계 난도 자체는 발전소보다 높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기존 핵잠 보유국들은 원자로 설계 정보를 최상위 군사기밀로 관리해 왔다. 미국이 호주에 핵잠 운용 능력을 공유하는 AUKUS를 만들면서도, 실제 원자로 설계와 연료 관련 핵심 정보는 극도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다루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70MW급 원자로를 탑재하는 잠수함 기본 설계를 예고하자, 미국 내에서는 “기술 자립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전략적 고민이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처음엔 조용히 넘겼지만, 계산이 달라진 미국
그렇다면 왜 미국은 처음에는 별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기류가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첫째는 현실 인식의 변화다. 초기에는 한국의 핵잠 계획이 정치적 메시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말은 하지만 실제 설계와 원자로 개발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톤수·출력 수치, 설계 일정, 참여 기업 이름까지 나오자, “이건 진짜로 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둘째는 확산과 연계된 우려다. 핵추진 잠수함 자체는 핵무기와 다르지만, 군사용 원자로·핵연료 기술이 축적되면 중장기적으로 다른 옵션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형성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일본·한국처럼 잠재적 핵능력을 가진 동맹국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핵잠 기술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그림을 부담스럽게 볼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북한·중국 견제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장기적으로는 억제 체계 관리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뒤늦게 작동한 셈이다.

누리호 이후 발사체·잠수함 결합 시나리오에 대한 경계
미국이 더 민감하게 바라보는 지점은 한국의 발사체 기술과 잠수함 기술이 결합될 경우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한국은 재사용 발사체, 하이브리드 엔진, 군 정찰위성 등 우주·미사일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플랫폼까지 완성되면, 한국은 지상·해상·우주를 아우르는 입체적 타격망을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이 강해진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자율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동맹 구조에서 미국이 핵우산과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억제를 주도해 온 만큼, 한국의 독자 핵잠·고급 SLBM 체계는 억제·위기관리 틀을 바꾸는 변수다. 그래서 초기에는 중국·북한 견제라는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봤던 기술 발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경계심으로 바뀌는 이중적인 기류가 나타난다.

‘승인’이라는 말이 애매했던 이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는, 애초에 미국이 한국에 핵잠수함을 “승인했다”는 표현 자체가 애매한 영역에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한국의 핵잠 개발을 허용한다”고 문서화해 발표한 적은 없다. 일부 한·미 협의나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해한다”,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의 메시지가 오갔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이 법적·조약적 승인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최근 들어 언론·의회·싱크탱크를 통해 우려와 속도 조절론을 내는 것은, 처음의 모호한 ‘묵시적 용인’에서 “공개적으로 선을 그어야 하는 단계”로 옮겨왔다는 의미에 가깝다. 기술 개발이 구체적인 설계·사업 단계에 돌입하자, 이제는 “우리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동맹의 그늘이 아니라, 주체적 전략으로 길을 설계하자는 목표를 세우자
결국 “핵잠 승인해주고 아무 말 없던 미국이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실제 설계 진척과 발사체 기술 고도화 속도가 미국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중국·북한 견제 차원에서 유용한 카드로 봤던 한국의 기술 독립이, 일정 선을 넘어서자 관리해야 할 새로운 전략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의 기류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자국 안보와 국제 규범, 기술 자립 사이의 균형점이 어디인지 주체적으로 그 기준을 세우고, 핵추진 잠수함과 발사체·우주전력을 포함한 장기 안보 전략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자는 목표를 분명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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