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집밥이 궁금하다면? 토평 ‘뒷빌레’ 식당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올 여름은 유독 더웠다. 더운 여름 끝에 가을은 아주 잠깐 선선한 바람을 날려주었을 뿐이다. ‘어제는 에어컨을 켰는데, 오늘은 히터를 켰던’ 날들이 적지 않았다. 겨울이 갑자기 훅 들어와 버린 탓이다.
한여름 더위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제주도의 직장인들도 여름에는 늘 성능 좋은 에어컨이 설치된 식당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유독 한 식당, 후텁지근한 여름 열기가 후끈한데 모든 창문이 늘 활짝 열려 있는 곳이 있었다. 토평동 서귀포시 교육지원청 근처, 도로가의 다소 허름해 보이는 건물 1층에 자리한 ‘뒷빌레식당’이다.
한여름에 창문을 열었다면 에어컨이 없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서너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언뜻 보니 가격도 9000원으로 일반적인 수준이다.
그렇다면 과연 식사 중인 사람들이 더위를 불사하면서까지 이곳을 찾는 이유가 뭘까?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날이 조금 선선했던 어느 날, 뒷빌레식당으로 향했다.
11:30경 도착했는데,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이 하나둘 차더니 금세 만석이 됐다.
실내에는 4-5개의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3개가 놓인 좌식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입식 테이블에 자리가 없으면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좌식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뒷빌레식당’의 메뉴는 딱 하나, 9000원 ‘정식’이다.
사실 제주도의 ‘정식’ 메뉴는 여행자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마을에 ‘정식’ 메뉴를 파는 음식점이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주 고객이기에 여행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뒷빌레식당도 그런 일반적인 식당 중 하나다.
자리에 앉고 조금 후, 테이블에 한 상이 차려졌다. 그런데 다른 식당들의 정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몇몇 마을에서 정식 메뉴를 맛봤었는데 이곳의 한 상은 다른 곳들과는 달랐다. 이곳의 정식은 제주도민들이 늘 집에서 먹는, 엄마가 차려준 듯한 따뜻한 집밥이었다. (리뷰어 라라는 찐도민이 아니지만 10년 정도 사는 동안 제주도의 식문화를 많이 접했다.) 많은 식당들이 요즘은 정식을 팔면서도 메인 메뉴는 고기 혹은 생선 둘 중 하나만 내는데, 뒷빌레식당은 여전히 기본에 충실했다. 정식의 메인 메뉴가 고기와 생선 두 가지다. 생선은 갈치구이와 옥돔구이를 번갈아 내고, 고기는 수육 또는 제육볶음을 낸다. 수육을 내올 때 상차림을 보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잔칫집에 와있는 것 같다. 서너 가지 반찬만 더하면 그대로 잔치음식이다.
고기용 쌈은 상추가 비쌀 때는 양배추로 대신했는데 최근 야채 가격이 회복되니 다시 상추가 접시에 올라왔다. 국도 매일 다른 종류로 바뀐다. 제주도식으로 끓인 몸국, 된장미역국 등이다.
반찬 맛도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걸 보니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건강한 한 끼를 찾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반찬들 중 가장 맛난 음식으로 우리 일행은 모두 ‘김치’를 꼽았다. 갓 무쳐낸 듯한 겉저리김치. 싱싱하고 아삭해 최소 1번 이상 리필은 기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식’의 메인 반찬인 생선이나 고기는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리필 불가’가 불문율이나 다름없는데, 마리째 구워지는 옥돔구이가 아닌 토막으로 구워지는 갈치구이를 낼 때는 ‘더 달라’는 요청에도 흔쾌히 응한다. 모든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많을 때야 워낙 바빠 갈치구이 리필이 어렵지만 어느 정도 한가한 경우에는 늘 원하는 만큼 접시를 채워준다.
운영 시간은 짧은 편이다. 11:30부터 1시까지로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점심시간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우니 제주 여행 중 제주도 집밥이나 잔칫상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뒷빌레’의 ‘빌레’는 용암류가 흐르면서 비교적 평평하게 쌓인 지형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식당정보]
상호 : 뒷빌레식당
주소 : 제주 서귀포시 토평로 75
메뉴 : 정식 9000원
영업시간 : 11:30~13:00 (매일)
전화 : 064-763-0457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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