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아스피린 이야기

2026. 2.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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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해열 진통제이자 심장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은 매우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과거에 사용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해열 진통제로, 그 역사는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 파피루스에 기록된 버드나무 껍질 사용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를 약재로 사용했으며, 2세기 말의 저명한 약학자인 갈레노스가 저술한 30권에 달하는 책에도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염에 대해 자세히 기록됐다.

근대적 발견은 1763년 영국의 식물학자 에드워드 스톤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버드나무 껍질이 고열에 시달리는 말라리아 질환자에 민간요법으로 쓰인다는 얘기를 듣고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50명의 말라리아 환자에게 버드나무 껍질 가루를 4시간 간격으로 복용시킨 결과 모두에게 효과가 나타났고, 이를 왕립협회 회장에게 보고했다.

1828년에는 독일의 요한 부흐너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실을 추출한 다음 이를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살리실산을 얻게 됐다. 1850년대에는 알자스 지방의 화학자 게르하르트가 살리실산에 아세트기를 첨가해 아세트살리실산을 합성했으나, 정작 그 자신은 이 약의 효능에 관심이 없었다.

아스피린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1899년이었다. 독일 바이엘사의 연구원 호프만이 류마티스를 앓는 아버지를 위해 연구하던 중 아세트살리실산이 기존 살리실산보다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자 바이엘사는 발음하기 쉽고 인상적인 ‘아스피린’이라는 상품명을 붙여 출시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아스피린의 진통 및 해열 효과는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아스피린의 작용 원리는 출시 후 무려 72년이 지난 1971년에야 밝혀졌다. 1930년대부터 염증 유발 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이 물질에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연구는 1950년대 후반부터 가능했으며, 이를 주도한 3명의 학자는 1982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에는 COX 효소가 필수적이며, 아스피린은 이 효소를 억제해 통증을 완화시킨다. 다만 COX 효소는 COX1과 COX2로 나뉘는데, 아스피린은 염증과 관련된 COX2뿐 아니라 혈액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는 혈소판의 COX1에도 작용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위산의 자극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위에서 염증과 출혈을 쉽게 일으킨다.

따라서 지난 1970년대까지는 해열제로 널리 쓰였던 아스피린은 속쓰림과 위출혈이라는 부작용으로 인해 점차 타이레놀, 부루펜과 같은 다른 약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COX2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도 개발돼 위장 장애 없이 장기 복용이 가능하다.

아스피린의 문제는 혈소판이다. 혈소판은 출혈시 혈전을 형성해서 혈관을 막아 지혈을 하지만, 정상 혈관에서도 혈액이 엉겨 붙어 혈관을 막는 경우가 있다. 특히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이 막히면 협심증이나 뇌경색 같은 심각한 질환이 발생한다. 심방 세동이 있어도 심방 내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일단 아스피린에 노출된 혈소판은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쉽게 응고가 되지 않는다. 즉 아스피린의 가장 큰 부작용인 출혈 경향이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해열진통제의 목적으로는 4시간 이상 간격으로 500~1000mg을 투여하지만, 혈액 응고를 위해서는 하루 단 한 번 100mg만 복용해도 충분하다.

따라서 해열제로 복용할 때보다 속쓰림이나 위출혈도 현저히 줄어든다. 혈소판은 수명이 7일인데, 단 한 번만 아스피린에 노출되어도 기능이 저하되므로 아스피린을 중단하면 7일이 지나야만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7일 전부터 아스피린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위급한 응급 상황에서는 출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응급은 아니지만 항혈전제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라면 헤파린 주사와 같은 다른 강력한 항응고제로 전환했다가 수술 전후에만 잠시 중단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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