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쿠팡, 본업은 로비?···‘대관 인력’만 기형적 대규모, 꼬리 자르고 여론전 가나
대관업무, 공개·비공개로 규모도 몰라 ‘기형적’
“소비자중심 유통, 정부 상대 대관 필요없어”

4000만명에 가까운 고객정보를 유출시킨 ‘유통 공룡’ 쿠팡의 대관(對官) 업무 인력이 ‘빅3’ 유통 기업보다 10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모기업 쿠팡 Inc 김범석 의장이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한 가운데, 대규모 대관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유통 그룹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은 1~2명으로, 팀원을 포함해도 4~7명에 불과하다. 빅3 유통 기업의 대관 담당 한 임원은 “쿠팡은 본사와 자회사 등 대관 인력만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빅3 유통 기업은 정부·국회 등과의 소통은 물론 사회공헌 활동 등까지 1~2명 임원이 모두 맡고 있다. 유통 분야는 소비자 중심 사업인 데다 인허가도 홈쇼핑이나 면세업 정도인 만큼 대관 인력이 따로 필요치 않아서다. 이 때문에 빅3 유통 기업은 국정감사 등 정부와 국회의 자료 요청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관 담당 직원 모두 내부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대관 업무란 행정·입법·사법 등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책·규제 동향을 파악, 공직자에게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일을 담당한다. 기업에 따라 CR팀·대외협력팀 등 전문 조직을 두거나 로펌·컨설팅 도움을 받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쿠팡의 대규모 대관 조직이 ‘기형적’이라는 데 있다. 경향신문이 종합 분석한 결과 쿠팡은 올해 들어서만 정부와 국회 출신 퇴직 공직자 18명을 부사장, 정책협력실 전무 등 대관 업무 고위직에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쿠팡이 직면한 각종 리스크와 관련한 정부 부처 출신들이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에 따르면 이들 중 올 들어 쿠팡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 심사를 받은 4급 보좌관은 총 9명(계열사 포함)으로 부사장·이사·전무·상무 등 고위 임원직이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파악한 올해 국회·정부 ‘해킹 대응’ 기관에서 퇴직한 뒤 쿠팡으로 이직한 공무원은 28명이었다. 특히 경향신문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전수조사(2020년부터 최근 5년간)에서도 쿠팡으로 이직한 공무원은 44명이나 됐다. 취업 심사 공개 의무가 없는 정부와 지자체 5급 이하 공무원과 국회 의원실 선임비서관(5급 상당), 비서관(6~9급) 등을 감안할 경우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쿠팡으로 옮겼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쿠팡 측 역시 내부 조직 곳곳에서 임직원이 공개·비공개로 대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대관 조직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과로사, 물류현장 안전사고, 입점업체 수수료 논란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대관 인력을 앞세워 각종 규제와 과징금 등을 피하는 방어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장과 함께 국회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한 쿠팡의 박대준·강한승 전직 대표 모두 대관 분야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의장은 물론 전직 대표 2명 모두 국회 불출석을 통보하며 사태 책임을 지기는커녕 꼬리를 잘랐다”면서 “이제부터는 대규모 대관 인력들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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