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재물이 가득하길!" 우주의 기운을 담았다…그 전에 담긴 의미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0. 09:03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금옥만당의 꿈을 담은 중국 중추절 음식 연근전(藕餠)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중국의 중추절을 대표하는 음식은 월병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인들 중추절에 월병만 먹는 것은 아니다. 월병 이외에도 다양한 중추절 음식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국 가정에서 주로 장만하는 음식 중 하나가 전(煎)이다.
우리나라는 명절이면 동태전에 호박전, 버섯전, 동그랑땡에 소고기 육전까지 다양한 전을 준비하지만 중국은 우리와 달리 주로 중추절에 연근전을 차린다고 한다. 연근전이라고는 했지만 한자로는 우병(藕餠), 중국어 발음으로는 어우삥이다. 연뿌리로 만든 떡 내지는 빵이라는 뜻이다. 혹은 이런 우병을 전 부치듯 부쳤다고 해서 전우병(煎藕餠)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생김새나 맛은 연근전과 비슷하다.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 힘든 월병과는 달리 연근전인 우병은 주로 집에서 만든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이 우병을 보고 맛은 다르지만 만드는 수고와 공력은 월병과 별 차이가 없다(異曲同工)고 하는데 이를 보면 우리나라 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명절에 전 부치느라 애썼던 것처럼 중국 가정에서도 연근전인 우병 만드느라 진땀깨나 흘렸던 것 같다.
연근전인 우병은 월병과 달리 중국 전역에서 두루 장만하는 명절 음식은 아니다. 주로 강소성과 절강성, 하남성과 광동성 그리고 산동성 등지에서 마련한다고 한다. 아마 이들 지역에서 연꽃을 많이 재배했기 때문인 듯싶다.
어쨌거나 우리처럼 명절마다 다양한 전을 엄청 많이 부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중추절에 달랑 연근전, 다시 말해 우병 하나 부치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월병 못지않게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한다며 엄살(?)을 부리는 것일까? 게다가 그렇게 힘들면 연근전인 우병, 안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반드시 부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연근전인 우병이 특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병에는 단원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원을 한자로는 단순하게 둥글 단(團), 둥글 원(圓) 자를 쓰니 둥글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중국에서 단원(團圓)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재결합, 다시 말해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명절에 다시 모여 합친다는 뜻이 있고 그래서 가족 간의 화합과 화목을 상징한다. 나아가 가족 간 결합과 화합의 차원을 넘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염원도 포함돼 있다. 연근전인 우병은 이런 단원의 의미를 담아 중추절 온 가족이 모이는 식탁에 올리는 명절 음식이니 함부로 꾀를 부릴 음식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겨우 연근전 하나 부치면서 왜 월병 만드는 것 못지않은 공력이 들어간다며 호들갑일까 싶은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연근전인 우병에 온갖 상징성을 부여해 놓은 만큼 만들고 부치는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먼저 연근전인 우병이 단원을 상징하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연근은 잘라 놓으면 둥근 모양인 데다 단면 속에도 둥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그러니 연근 자체가 둥글다는 뜻의 단원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연근전처럼 중국 우병 역시 밀가루, 찹쌀가루 옷을 입혀 부치기만 해도 가족의 결합과 화합을 기원하는 음식이 된다.
하지만 중추절 우병은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든다. 얇게 자른 두 개의 연근 사이에 고기와 버섯, 각종 채소 등을 다져 만든 소를 넣은 후 연근 두 개를 붙인다. 마치 연근 샌드위치와 같은 모양새다.
이때 주의할 부분이 있다. 연근을 자르면 끈적끈적한 실이 나온다. 이 실을 끊어지지 않도록 길게 늘인 후 연근 샌드위치 만들 때 반대편 연근에 붙이는 게 중요하다. 끈적근적 늘어난 연근실이 가족 간 유대를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중국의 중추절을 대표하는 음식은 월병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인들 중추절에 월병만 먹는 것은 아니다. 월병 이외에도 다양한 중추절 음식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국 가정에서 주로 장만하는 음식 중 하나가 전(煎)이다.
우리나라는 명절이면 동태전에 호박전, 버섯전, 동그랑땡에 소고기 육전까지 다양한 전을 준비하지만 중국은 우리와 달리 주로 중추절에 연근전을 차린다고 한다. 연근전이라고는 했지만 한자로는 우병(藕餠), 중국어 발음으로는 어우삥이다. 연뿌리로 만든 떡 내지는 빵이라는 뜻이다. 혹은 이런 우병을 전 부치듯 부쳤다고 해서 전우병(煎藕餠)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생김새나 맛은 연근전과 비슷하다.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 힘든 월병과는 달리 연근전인 우병은 주로 집에서 만든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이 우병을 보고 맛은 다르지만 만드는 수고와 공력은 월병과 별 차이가 없다(異曲同工)고 하는데 이를 보면 우리나라 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명절에 전 부치느라 애썼던 것처럼 중국 가정에서도 연근전인 우병 만드느라 진땀깨나 흘렸던 것 같다.
연근전인 우병은 월병과 달리 중국 전역에서 두루 장만하는 명절 음식은 아니다. 주로 강소성과 절강성, 하남성과 광동성 그리고 산동성 등지에서 마련한다고 한다. 아마 이들 지역에서 연꽃을 많이 재배했기 때문인 듯싶다.
어쨌거나 우리처럼 명절마다 다양한 전을 엄청 많이 부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중추절에 달랑 연근전, 다시 말해 우병 하나 부치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월병 못지않게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한다며 엄살(?)을 부리는 것일까? 게다가 그렇게 힘들면 연근전인 우병, 안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반드시 부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연근전인 우병이 특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병에는 단원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원을 한자로는 단순하게 둥글 단(團), 둥글 원(圓) 자를 쓰니 둥글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중국에서 단원(團圓)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재결합, 다시 말해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명절에 다시 모여 합친다는 뜻이 있고 그래서 가족 간의 화합과 화목을 상징한다. 나아가 가족 간 결합과 화합의 차원을 넘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염원도 포함돼 있다. 연근전인 우병은 이런 단원의 의미를 담아 중추절 온 가족이 모이는 식탁에 올리는 명절 음식이니 함부로 꾀를 부릴 음식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겨우 연근전 하나 부치면서 왜 월병 만드는 것 못지않은 공력이 들어간다며 호들갑일까 싶은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연근전인 우병에 온갖 상징성을 부여해 놓은 만큼 만들고 부치는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먼저 연근전인 우병이 단원을 상징하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연근은 잘라 놓으면 둥근 모양인 데다 단면 속에도 둥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그러니 연근 자체가 둥글다는 뜻의 단원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연근전처럼 중국 우병 역시 밀가루, 찹쌀가루 옷을 입혀 부치기만 해도 가족의 결합과 화합을 기원하는 음식이 된다.
하지만 중추절 우병은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든다. 얇게 자른 두 개의 연근 사이에 고기와 버섯, 각종 채소 등을 다져 만든 소를 넣은 후 연근 두 개를 붙인다. 마치 연근 샌드위치와 같은 모양새다.
이때 주의할 부분이 있다. 연근을 자르면 끈적끈적한 실이 나온다. 이 실을 끊어지지 않도록 길게 늘인 후 연근 샌드위치 만들 때 반대편 연근에 붙이는 게 중요하다. 끈적근적 늘어난 연근실이 가족 간 유대를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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