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가지 아이러니

우리는 김을 참 많이 먹습니다. 도시락 반찬, 국, 주먹밥, 심지어 술안주까지. 김만큼 종류가 다양하고 브랜드가 많은 식품도 드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삼각김밥용 김’은 대부분 단 한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편의점마다 삼각김밥은 다른데, 왜 김은 다 같을까?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 24… 각기 다른 브랜드의 삼각김밥을 보면 포장도 다르고 속재료도 다릅니다. 하지만 겉을 감싸고 있는 김만큼은 거의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전용 김’이라는 점,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삼각김밥 전용 규격 김’이라는 특수한 기준 때문입니다. 일반 김처럼 조각내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삼각형 모양의 밥을 감싸고, 랩으로 밀봉하고, 소비자가 손으로 펼쳐 먹기까지의 전 과정을 고려한 기계용 자동화 공정에 맞는 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특수 규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김 가공업체는 전국에 1~2곳뿐, 그중 사실상 1곳이 대부분의 물량을 감당하고 있는 독점 구조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삼각김밥용 김의 조건, 아무 김이나 안 된다
삼각김밥용 김은 단순히 잘 마른 김이면 되는 게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기계로 감쌀 때 찢어지지 않는 탄력
-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는 방습 코팅
- 입에 넣었을 때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균형
- 포장지에 잘 붙지 않고 소비자가 쉽게 벗길 수 있는 구조
이 모든 걸 구현하려면 김 원초의 선별부터 굽는 방식, 컷팅 라인까지 특수화된 설비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일반 김 공장에서는 이 생산방식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알고 보면, 전국 삼각김밥 김은 한 회사가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납품 전용 삼각김밥 김은 주로 전남 장흥 지역의 A사가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회사는 삼각김밥 김뿐 아니라 김밥용 김, 프랜차이즈 도시락 김 등도 대량 생산하며 편의점 업계의 ‘숨은 핵심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CU에서 먹든, GS25에서 먹든, 김은 같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심지어 대기업도 삼각김밥 자체는 직접 만들지만 김은 외주로 받아 쓰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포장은 다르고, 속은 같고?
김은 브랜드에 따라 ‘김천산’, ‘광천산’ 등으로 마케팅되지만 삼각김밥용 김은 기계 적합성과 유통 안정성이 최우선입니다. 결국 가장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식탁 위의 숨은 독점, 생각보다 많다
치킨은 브랜드가 수십 개인데, 삼각김밥 김은 사실상 하나의 공급처. 이런 구조는 유부, 단무지, 간장 소스 등 다양한 ‘소리 없는 독점’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먹는 음식에도, 이처럼 은근한 독점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 꽤 신기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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