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인도에 차도로 내몰린 아이들…달성초 등굣길 '위험천만'

달성초 통학길, 좁은 인도 탓에 아이들 '차로'로 다녀
아이들 옆으로 대형 차량 지나…안전펜스 없어 '아찔'
학교측 "안전 위해 구청에 공문 보냈지만 답변 없어"
북구 "KT 사유지인 탓에 펜스 설치·인도 확장 어려워"

지난 5일 오전 8시 대구 북구 KT북대구지점 앞 도로. 달성초등학교와 약 200m 떨어진 이곳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등굣길에 오른 아이들은 좁은 인도 탓에 도로로 내려와 걷는 게 일쑤였다. 도로 위를 걷는 아이들 옆으론 버스,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지만,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시설물은 없었다.

이곳 보행로의 폭은 1m 남짓이다. 두 명이 나란히 걷기엔 좁고, 세 명 이상이 함께 걸으면 한두 명은 보행로 밖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좁은 인도엔 차량들이 불법 주차해 있고, 약 3m 간격으로 가로수마저 식재돼 있어 아이들은 장애물을 피해 도로로 다녀야 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등교시키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니어 교통안전도우미 A씨는 "등굣길에 아이들이 큰 차들 옆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와 아찔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학교 선생님들도 위험한 걸 느꼈는지 등굣길에 자주 나와 아이들의 안전 지도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초등 주변 등굣길이 좁은 인도와 각종 장애물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교 측은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달성초등이 행정구역상 서구에 위치하는데 등굣길은 주로 북구에 있어, 북구청이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KT 사유지여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새 달성초등과 인접한 북구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북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현재 전교생(650여 명)의 3분의 2가량이 북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는 등굣길도 북구에 있다. 북구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이 지나는 KT북대구지점 앞 인도는 약 90%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행법상 인도 위 주정차는 불법이지만, 해당 부지는 KT의 사유지여서 구청에서 단속할 권한이 없다. 좁은 인도 위에 심어진 가로수도 모두 KT 소유다. 가로수를 없애고 인도를 넓히는 작업도 KT의 승낙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북구는 달성초등과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접수하고 올해 초부터 KT와 부지(등굣길) 매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종숙 달성초등 교장은 "2년 전부터 구청에 몇 차례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며 "안전 펜스 설치나 인도 확장 등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북구 관계자는 "아이들이 다니는 길은 KT의 사유지여서 부지 매입을 통해 공간을 확보해야 펜스 등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현재 KT 측과 부지 매입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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