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명절상엔 명태전 대신 방어·참치 오르나...기후변화로 바뀌는 수산자원

박준희 기자 2024. 9. 16. 13: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근해 어업생산량 지속적인 감소 추세
살오징어·말쥐치·명태 등 급격히 줄어
반면 정어리는 급증, 참치는 어장 변화
“수산자원 분포·자원량 변동성 확대 중
생태계 평가기술, 예측기술 확보 필요”
동태전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인근 수역의 어장 환경도 변화하면서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 메뉴도 이에 맞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상 단골메뉴인 동태전은 이미 수입산이 대세인 것처럼 과거 밥상에 자주 오르던 고등어, 오징어와 같은 어종 대신 정어리, 방어, 참치 등의 어획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지난 1980년대 151만t 수준에서 2000년대 들어 116만t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또 최근 2020년대 들어서는 93만t 수준으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살오징어는 2010년대부터 최근까지 급격한 어획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또한 1980~1990년대의 대표적인 어종인 말쥐치와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자원이 고갈됐고, 최근 말쥐치는 2000t 내외의 어획을 기록하고 있으나 명태는 거의 어획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반면 정어리는 1980~1990년대에 걸쳐 높은 어획량을 기록하다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으나 최근 2022년부터 어획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정어리 어획량은 약 4만8000t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과원은 “우리나라 연안 정어리 자원은 태평양 연안에서 부화해 성육장으로 이동한다”며 “어린 정어리의 성육장은 동계 계절풍에 의한 연직혼합(바닷물이나 대기가 난류에 의해서 수직 방향으로 뒤섞이는 것)이 강할 때 기초생산이 높아져 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때 동계 계절풍을 좌우하는 알류샨저기압이 수십 년 규모로 변동하면서 정어리 자원의 풍흉을 좌우하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참치로 불리는 참다랑어의 어획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태평양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의 보존관리조치에 따라 어체 크기(소형어 30 kg 미만, 대형어 30 kg 이상)별로 국가별 어획량이 설정돼 있다. 이에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 소형어 718t, 대형어 30t의 어획량이 할당됐다. 그런데 과거 제주 주변 해역을 중심으로 대형선망어업에서 90% 이상이 잡히던 태평양참다랑어는 최근 동해안 정치망어업에서의 어획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또 과거 태평양참다랑어는 대부분 소형어가 어획됐으나 2000년대 후반 이후 대형어 어획 비율이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과 2022년에는 대형어의 어획 비율이 전체 태평양참다랑어 어획량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최근 태평양참다랑어 대형어의 우리 바다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바다에서의 산란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마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남부해역에서부터 독도 주변 해역까지 태평양참다랑어 난·자치어(알과 어린 물고기)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2021년에 최초로 독도 주변 해역에서 어란과 자치어, 제주 동부 해역에서 자치어 출현이 확인됐다. 또 2022년에는 독도 주변 해역에서만 태평양참다랑어 어란 및 자치어가 채집되었으나, 2023년에는 제주 남부해역에서 동해 남부해역을 거쳐 독도 주변 해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참다랑어 어란 및 자치어가 출현한 것이 확인됐다.

기타 어종에서도 어획량과 어장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수과원이 각 해역별 어업생산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어종별 어장변동을 분석한 결과, 단기(10년 이내) 시간 규모에서 살오징어, 방어류, 성대류의 어장변화가 관찰됐다. 또 중기(10~20년) 시간 규모에서의 어장변화는 멸치, 삼치류, 까나리, 꼼치류, 문어류, 넙치류, 아귀류에서 나타나고 있고 장기(20년 이상) 규모에서는 가자미류, 젓새우류, 복어류, 가오리류, 밴댕이류 등의 어장변화가 관찰됐다.

어장 변동이 관찰되는 16종 중 11종은 남해에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동해 또는 서해에서 증가했다. 반면 어류, 젓새우류, 가오리류, 밴댕이, 부세는 남해에서 어획량이 증가하고, 동·서해에서 감소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수과원은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 난류성 및 아열대성 어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수산자원의 변화와 어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수과원은 “연근해 수산자원의 분포와 자원량은 기후변화, 남획 등 자연·인위적 요인으로 인해 그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요인별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며 “연근해 수산자원 변동에 대응한 장기·단기적 정책 수립을 선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고려한 생태계 평가기술과 주요 어종별 분포·자원량 변화 예측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