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데려오면 돈 줄게" 최대 690만원...세금써서 미분양 털겠다는 LH
[땅집고] “OO지역 미분양 아파트·상가 신규 계약자 소개시 ‘분양유치금’을 드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XXX호에 대한 지급금액은 690만원.”
민간 건설사 뿐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최근 미분양으로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LH는 과거 부동산 시장 불황기에 시행했던 ‘분양유치금’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분양에 실패한 아파트·상가를 매수할 사람을 구해오면 성공보수 성격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민간 시장에서 미분양 털어내기 마케팅 방식으로 널리 쓰고 있는 일명 MGM(Members get Member)과 비슷한 기법이다.
■ 미분양 90% 넘긴 LH 공공분양아파트…특단의 조치로 분양유치금 내걸어
지난 4월 30일 LH부산울산지역본부는 울산시 울주군 다운2지구에 A9블록에 분양했던 신혼희망타운 미분양 주택에 대한 분양유치금 제도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게시했다.
2022년 공공분양 835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130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15대 1로 저조했다. 이후 입주자 자격을 완화 재공급했는데도 92%(771가구)가 미분양됐다. 단지가 들어서는 다운2지구가 신규 택지지구인 만큼 아직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허허벌판인데다, 울산 도심과 먼 탓에 인기가 낮았다.
결국 LH는 미분양을 털기 위해 이 아파트 최초 분양 시점에서 2년여 지난 올해 4월 분양유치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분양가가 2억5704만~2억9336만원인 전용 55㎡ 주택 한 채를 팔아올 때마다 현금으로 3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 공인중개사나 전국 LH 아파트 계약·소유·거주자라면 신규 계약자를 소개하고 분양유치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분양유치금을 제시한 LH 미분양 아파트가 또 있다.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A4-1블록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현재 총 1409가구 중 84.6%(1193가구)가 미분양이다. 분양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가구당 300만원을 지급하는데, 다만 개인이 아니라 LH 에서 선정한 분양대행사가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선 지난해 11월 분양가가 2억7450만~3억7650만원인 ‘관교 한신휴플러스’ 미분양 아파트 4가구에 대해 가구당 135만원을 분양유치금으로 지원했다. 같은 기간 지방에선 경남 창원시 가포지구 A2블록 총 402가구 중 미분양된 전용 59㎡ 주택 237가구(분양가 1억9700만원)를 해소하기 위해 250만원을 주기 시작했다.
■상가도 미분양…11억짜리 팔아오면 현금 690만원 받는다
LH는 아파트 뿐 아니라 상가에도 분양유치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아파트마다 입주자 편의를 위해 단지 내 상가를 조성해뒀는데, 상가마다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6년 동안 수분양자를 찾지 못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올해 4월 LH세종특별본부는 세종시 해들마을5단지(3-1M5블록)에서 미분양된 단지 내 상가 4곳에 대한 분양유치금을 지급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면적이 가장 작은 59㎡ 상가 분양가가 3억5000만원 정도인데, 계약자를 구해오면 2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상가 분양가가 비쌀수록 분양유치금 액수도 커진다. ▲120㎡(분양가 8억4890만원)는 500만원 ▲224㎡(11억5160만원)는 690만원을 각각 지급하는 등이다. 이 밖에도 경기 시흥시 장현·은계지구, 평택 고덕국제도시, 판교 창조경제밸리 등 지역에서 분양유치금을 내건 상가 매물이 나와 있다.
LH가 분양유치금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만큼 경영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매출 13조8840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9.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7.6%나 줄어들었다.
LH 관계자는 “2010년 초 건설 경기가 침체했을 때 분양유치금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라며 “당시 곧바로 미분양 물량이 바로 해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서 신규 계약도 탄력을 받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