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어 헤즈볼라도 뿌리뽑자"…이스라엘 내부서 확전 촉구 목소리

정윤영 기자 2023. 11. 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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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확전 방지에 총력…네타냐후도 "인생 실수 저질르지 마" 경고만
한 달 사이 헤즈볼라 70여명·이스라엘 10여명 숨져
19일 (현지시간)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충돌 고조 속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 접경 지역으로 모여 들고 있다. 2023.10.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스라엘이 하마스 뿐만 아니라 레바논에 거점을 두고 있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까지 축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의 압박 속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에 동조하며 헤즈볼라와 "전쟁이란 '인생 실수'를 저질러선 안된다"며 확전 요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지난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공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군 내부적으로도 전시 상황을 기회로 삼아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달 하마스와 이스라엘군간 전쟁이 본격화한 이래 헤즈볼라는 국경 지대를 따라 이스라엘을 산발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지난 한 달간 헤즈볼라 대원 70여명과 레바논 민간인 10여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는 병사 7명 등 10명이 숨졌다.

◇ "지금이 일생일대 기회"…軍·국경 주민, 헤즈볼라에 '전쟁 선포' 촉구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전시 상황을 기회 삼아 헤즈볼라마저 축출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달 하마스 기습 공격이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서 재현되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퇴역한 군인인 기드온 하라리(66)는 "우리가 (헤즈볼라에 대한) 중대한 군사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피한) 사람들은 두려워서 돌아오지 않을 테니, 우리는 지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국경 인근에 거주 중인 로템-네추쉬탄(54)도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쟁 당시 이웃 주민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음에도 이사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 급변하는 정세에 "생애 처음으로 집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확전 요구는 자신의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군 수뇌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요아브 갤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즈볼라에 대한 더 광범위한 군사 행동을 촉구해왔다. 그는 최근 국경에 배치된 병사들에게 "가장 먼저 대가를 치르게 될 사람들은 레바논 민간인들이다. 가자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작전을 레바논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 출신 익명의 이스라엘 병사(25)도 "(헤즈볼라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이것은 '만일'(What if)이 아닌 '언제'(When)의 문제"라며 이스라엘군은 군사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8일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3.10.2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美, 헤즈볼라·이스라엘 압박…네타냐후도 "개입 마라" 경고만

이스라엘 군 관리들은 헤즈볼라의 공격이 지속되면서 확전 위기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국경 지대를 따라 레바논에서는 수천명의 헤즈볼라 대원들이, 이스라엘 쪽에는 최대 10만명의 병력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헤즈볼라가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수백기의 미사일을 포함해 총 15만기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하루 최대 미사일 3000기를 발사할 역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확전 우려에 따라 현재 양측 국경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지거나 집에서 대피한 상황. 레바논에서는 2만3000명 이상이 대피했고, 이스라엘에서도 수만명이 집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전선이 확대될 우려가 재점화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헤즈볼라 양쪽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을 미국 특사 자격으로 레바논에 급파, 헤즈볼라 측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호흐슈타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간 확전 방지를 논의하기 위해 이스라엘에도 방문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레바논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최우선 과제는 평온을 회복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까지 미국의 압력에 대체적으로 동조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초 "나는 헤즈볼라에게 전쟁에 참여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생의 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의 참전은 레바논의 국운을 좌우할 것"이라며 개입을 경계했다.

WSJ은 "네타냐후는 하마스에 대한 '확실한 승리'를 통해 헤즈볼라가 자발적으로 국경에서 군사를 철수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이란을 중심으로 예멘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시리아 정부군 및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들은 똘똘 뭉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을 자처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서 가진 선거 유세서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11.0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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