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사도 카드 발행한다"…핀테크 1세대 코나아이의 '야심작'

김성진 기자 2023. 5.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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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일 코나아이 대표가 지난 18일 코나 플레이트 쇼케이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코나플레이트를 "누구나 카드 발행사가 될 수 있는 서비스"라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을 하는 많은 스타트업이 결제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90일이면 결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모든 사업자가 전자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는 없는데 라이선스를 가진 코나아이가 이익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코나아이.

1세대 핀테크 기업 코나아이가 비금융사도 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놨다. '스타벅스 카드'와 유사한데 지역화폐 카드처럼 다른 데 가서도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포인트 카드를 체크카드처럼 쓸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8일 오후 1시경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5층에서 코나플레이트 쇼케이스가 열렸다. 200평 남짓 강연장에 참석자 100여명이 모였는데 상당 수가 금융권, 유통업계 관계자였다. 한 참석자는 쉬는 시간에 옆 사람에게 "우리 회사는 무조건 계약해야겠는데?"라고 했다.

코나플레이트는 쉽게 말해 '체크카드 발급 서비스'다. 코나아이와 계약을 맺은 고객사가 자체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발급한 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하겠다' '페이백하겠다' 등의 시나리오만 정하고 API(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 도구)로 제공된 코나아이의 결제 인프라로 자체 카드 운영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조남희 코나아이 결제플랫폼 사업 총괄이사가 코나 플레이트 쇼케이서 첫 발표를 하고 있다. 조 이사는 코나 플레이트가 "핀테크 3.0 시대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며 "지난 5년은 코나카드와 지역화폐 플랫폼으로 결제 인프라를 검증했다면 앞으로 5년은 다양한 비금융 산업에 핀테크를 내재화해 결제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사진제공=코나아이.


카드는 스타벅스처럼 같은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는 '폐쇄형', 지역화폐 카드처럼 여러 곳에서 쓸 수 있는 '개방형'으로 나뉜다. 개방형 카드는 사실상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다. 코나아이 자체 가맹점도 있고, BC카드, 마스터카드와 가맹점 제휴도 맺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10회 방문에 아메리카노 한잔 무료 이벤트를 해 온 동네 카페도 자체 카드를 발급하고 포인트를 쓰면 가격을 할인해줄 수 있다. 고객은 이 카드를 다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다.

기업은 자체 카드로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다. 이러면 기업은 월급을 줄 때마다 주거래 은행에 지급하던 카드 수수료를 아끼고, 직원은 해당 은행 계좌, 카드를 발급받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계약을 맺고 카드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90일이다. 초기 투자 비용은 없고 일부 결제 수수료와 망 수수료를 내면 된다. 결제 수수료는 기존 카드 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물 카드는 고객사에서 원하는 디자인과 소재를 넘기면 코나아이가 직접 제작한다. 코나아이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인 IC카드 제조 회사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카드의 약 26%를 코나아이가 만들었다.

코나아이가 디자인한 코나카드./사진제공=코나아이.


체크카드 발급 사업을 하려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객사가 비허가 기업인데 개방형 카드 발급을 원하면 선불충전금은 전자금융거래 허가를 받은 코나아이가 관리한다.

'폐쇄형 카드'는 선불충전금이 같은 가맹점 안에만 쓰이므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 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폐쇄형 카드의 선불충전금 관리는 고객사에 맡긴다는 게 코나아이의 구상이다.

이런 구조는 위법하지 않아도 발급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벅스는 '유효기간 5년을 넘긴 선불충전금을 회사로 귀속시킨다'는 약정을 넣었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코나플레이트는 코나아이의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 업계에선 비금융사가 플랫폼에 결제 기능을 내장한 '임베디드 금융'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 배달의민족 등 비금융회사가 플랫폼 내부 결제를 하려면 현재로썬 카드 회사를 중간에 둬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불충전금을 매개로 임베디드 금융을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쇼케이스를 마치고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존 등 플랫폼들이 곧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부는 '디지털 자산거래 플랫폼' 쇼케이스였다. 코나아이는 디지털 자산 토큰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예술품 등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사진제공=코나아이.


임베디드 금융을 하려면 결제망을 갖춘 핀테크 기업이 중간에 껴야 한다. 이 때문에 호주의 애프터페이, 이탈리아 시아, 미국 심플넥서스 등 핀테크 기업들은 수십~수백억 달러의 대형 투자를 받고 있다.

코나아이가 코나플레이트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체 결제망 덕분이다. 코나아이는 2016년부터 1000억원 넘게 들여 결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결제망, 망을 유지·보수·관리하는 결제 인프라를 구축했다. 국내에서 이런 인프라를 갖춘 회사는 카드사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코나아이는 자체 결제망으로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 사업을 한다. 올초 기준 60곳이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을 코나아이에 맡겼다. 지난해 한 해 누적 거래액은 13조원, 코나아이 지역화폐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1300만명이 넘었다.

한편 코나아이는 이날 '토큰 증권' 거래 플랫폼도 처음 선보였다. 실물자산을 디지털 자산인 토큰 여러 개로 쪼개 여러 사람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처럼 비싼 자산을 소액 투자자 여러 명이 뭉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나아이는 예술품을 토큰으로 쪼개 투자하는 아트마이닝 사업을 하고 있다. 최철 디지털ID개발그룹장은 "P2P 중심의 거래소를 구축했으며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자산을 포용하기 위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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