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 먹는 것 보면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다?

경제지수 10

경제 상황을 살펴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지표로 명확하게 확인되는 현상을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종합해 추론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은 때로는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 동떨어질 때가 많다. 이런 때에 활용되는 지수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보다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물품에 빗대어 표현되고는 한다. 지금부터는 물품에 빗댄 다양한 경제지수들을 모아서 살펴보고자 한다.


헴라인 지수

‘헴라인 지수’는 굉장히 오래된 개념이다.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1926년 주창한 지수로, 경기가 불황일 때는 여성들이 치마를 길게 입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유는 경기가 불황일 때, 여성들이 스타킹을 살 돈이 부족하기에 오래된 스타킹을 감추기 위해 긴치마를 주로 입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자신의 실크 스타킹을 드러내기 위해 치마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논리다.


립스틱 효과

1930년대에 미국에는 대공황이 찾아왔다. 모든 산업이 동반해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립스틱이 오르는 기현상을 경제학자들이 확인했다. 이는 호황기의 소비 패턴이나 만족도를 불황기에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소비자 심리에 기한 것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비용 부담이 적은 사치품으로 립스틱을 주로 소비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동일한 형태를 남성의 경우에 비춰 나타낸 ‘넥타이 효과’라는 용어도 통용된다.


남성 속옷 매출 지표

불황기에 침체된 소비를 여성의 경우에 비춘 것이 헴라인 지수라면,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 속옷 매출 지표’라는 개념이 유사하게 사용된다. 이는 남성 속옷의 판매량 변화를 통해 경기 침체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전 의장 앨런 그린스펀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남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옷 구매에 대한 지출을 줄인다는 이론이다.


닥터 코퍼

닥터 코퍼는 구리의 가격이 경제 상황의 예측 지표로 활용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구리는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광물이다. 또한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널리 활용되기 때문에 실물 경제의 선행 지표로 주로 사용된다. 구리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수요가 많아진다는 것이며, 이는 즉 경기 상승의 가능성을 의미하게 된다. 반대로 구리의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빅맥 지수

현재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경제지수는 ‘빅맥 지수’다. 빅맥 지수는 각국의 경제 상황을 비교할 때 주로 활용된다. 이름 그대로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을 통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빅맥 지수는 ‘환율은 두 나라에서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비슷해질 때까지 움직인다’는 구매력 평가설을 근거로, 적정 환율을 산출할 때에 주된 근거로 쓰인다.


감자튀김 추가율

빅맥 지수에 비해서는 활용되는 빈도가 낮지만, 만만찮게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는 것이 ‘감자튀김 추가율’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감자튀김을 주문하는 비율이다. 경제가 둔화되고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 감자튀김 추가율은 증가하게 된다. 물가가 오를수록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의 패스트푸드를 더 자주 찾으며, 감자튀김을 주문해 ‘소확행’을 추구하고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지수

빅맥 지수가 주된 경제지수가 된 것은 맥도날드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었다. 근래 빅맥 지수 못지않게 많이 활용되는 것이 ‘스타벅스 지수’다. 스타벅스의 주메뉴인 카페라떼 톨 사이즈의 가격을 기준으로, 실제 환율과 적정 환율의 관계를 추론하는 구매력 평가환율 지수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면서 생겨난 신조어라 할 수 있다.


아이폰 지수

스마트폰 시대를 맞으면서 생겨난 지수도 있다. 바로 ‘아이폰 지수’다. 아이폰 지수는 애플이 책정한 지역별 아이폰 공식 판매가를 기준으로, 각국 통계청이 공개한 평균 임금을 적용해 아이폰을 사려면 며칠을 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경우에는 평균 10.1일을 근무해야 아이폰15 프로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짧은 것이다. 글로벌 1위를 기록한 국가는 스위스로, 스위스 직장인들은 4.2일을 일하면 아이폰15 프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케아 지수

전 세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케아를 통해 분석할 수 있는 지표들도 많다. 빅맥 지수처럼,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팔리는 책장이나 침대 가격을 비교해서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따지는 ‘이케아 지수’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이케아의 인기 가구로 꼽히는 ‘빌리’라는 이름의 책장 판매가를 통해 전 세계 11개 국가의 물가 수준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빌리 판매가는 세계 11개 국가에서 8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애니콜 지수

아이폰 지수 이전에 아시아 전역에서는 ‘애니콜 지수’라는 지표가 활용된 바 있다. 애니콜은 과거 삼성전자의 휴대폰 브랜드다. 애니콜 휴대폰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됐는데, 애니콜 지수는 국가별 애니콜 판매가를 통해 각국의 물가 수준과 구매력을 비교한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2005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당시 전 세계에서 애니콜이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된 곳은 호주 시드니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