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인사이트]누가 장윤정에게 돌을 던지나

김원겸 기자 2024. 10. 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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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장윤정 ⓒ티엔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원겸 기자]가수 장윤정의 립싱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과연 이 논란이 타당한지 살펴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천 만 원을 받으면서 성의 없게 립싱크를 하느냐고 지적하지만, 문제의 장윤정 무대는 립싱크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을 뿐더러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부분이다.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관객 호응을 이끌고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하게 위한 선택이다. 콘서트에서 가수가 화음을 넣는 코러스를 기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일종의 코러스를 음원에 담아 놓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장윤정 립싱크 논란 영상'이라고 지목된 영상을 보면 장윤정이 '사랑아' 같은 댄스곡을 부를 때 목소리가 일부 깔린 반주음원에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반주음원은 MR에 해당되는 반면, 보통 립싱크에 쓰이는 음원은 AR이다. MR에는 순수하게 반주음만 들어 있기도 하지만, 댄스곡이나 매우 높은 옥타브의 후렴구 등 일부 구간에 목소리가 깔려 있기도 하다.

장윤정 소속사 티엔엔터테인먼트도 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다수의 가수가 댄스 등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무대에서는 상황에 따라 라이브 MR을 사용하는 때도 있다"며 "장윤정씨 또한 행사 진행 시 춤을 추며 관객들과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큰 볼륨의 도움이 필요해 댄스곡에 한해서 목소리가 반주에 깔린 음원을 틀고 라이브로 노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립싱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립싱크는 말 그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부르는 척 입만 벙끗하는 행위다. 립싱크는 보통 AR이라고 하는데, 일부 구간에 목소리가 깔려 있는 MR을 립싱크(AR)라고 지적하기에는 과하다

티엔 엔터테인먼트는 "간혹 컨디션이 좋지 못하거나 현장 음향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을 때 도움받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음원을 틀고 입만 벙끗하는 립싱크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목소리가 깔린 MR은 공연 상황에 따라 가수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필요하다. 가수의 목소리를 오롯이 출력해주는 음향 시스템이 좋지 못할 때, 주변 소음이 심한 야외 공연의 경우가 그렇다. 간혹 가수의 목상태가 좋지 못할 때도 그렇고, 춤 동작이 많이 들어가는 댄스곡 무대에서도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높은 볼륨의 도움이 필요해 이런 MR을 쓴다.

문제의 영상에서도 장윤정이 차분한 감성의 느린 템포 곡을 부를 때는 목소리 음원의 도움없이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곡을 목소리 음원을 썼다면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장윤정이 기본적으로 라이브로 무대를 하면서 예외적으로 댄스곡일 때 목소리 깔린 반주음원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립싱크 논란'은 과도한 논란으로 보인다.

사실 공연 현장을 아는 업계에서는 과연 장윤정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관객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장윤정의 활동이 위축받아야 할 정도로 문제시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3~5일 부산에서 펼쳐지는 '굿밤 콘서트'에 장윤정 출연을 재고해달라는 민원이 부산시청에 제기됐다고 한다. 댄스곡에 한해 일부 목소리가 깔린 반주음원을 사용했다고 출연을 재고하라는 민원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장윤정과 업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윤정은 ‘트로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로 설명된다. '어머나'로 트로트 열풍을 일으키면서 트로트를 주류 장르로 만들었고, '장윤정 키즈'들이 대거 생겨났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장윤정의 업적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심사위원들의 대표 자격으로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조언, 날카로운 평가를 할 만큼 트로트에서 그의 입지는 대단하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보석 같은 존재감을 갖는 장윤정이 'AR'로 오인 받는 현상이 필자로선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 가수 장윤정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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