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손태진이 나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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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
신곡, 콘서트, 라디오, 예능까지. 요즘 트로트 신에서 가장 바쁜 가수를 꼽자면 손태진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하는데, 제 얘기 같아요.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노래를 할 수 있는 매일이 감사해요. 저를 찾아주셔서 감사할 뿐 인기에 대한 체감은 못 하는 편이에요. 주로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 피부에 닿지 않는 거 같아요. 가요계 선배님이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언젠가 인기를 실감하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믿고 제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있어요.
손태진을 움직이는 힘은 뭔가요?
팬들이요. 시간이 흐를수록 팬의 존재가 더 소중해져요. 제 음악을 들으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분들을 통해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저로 인해 삶의 원동력이 생겼다는 말이 저한테도 원동력이 돼요. 윈윈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특히 <불타는 트롯맨> 이후에 팬들의 존재가 굉장히 든든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팬들을 생각하면 피로가 풀리는 거 같아요. 무한한 지지와 응원의 힘이에요.
최근 대선배 조항조가 선물한 특전곡 ‘백야’를 발매했는데, 어떤 곡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낸 후 아내를 꿈에서라도 만나기 위해 매일 밤 꿈을 꾸려 하는 애절한 마음을 그린 곡이에요.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특별한 곡을 받게 돼서 감사했지만, 부르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조항조 선생님만큼 소화하지 못할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리운 대상을 떠올리면서 부르면 될 거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토대로 자신감을 갖고 곡을 완성했어요.
데뷔 이후 첫 단독 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거 같아요.
떨리는 마음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동안 함께해온 친근한 팬들부터 새로운 팬들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요. 앞서 올해 좋은 계기로 팬 미팅을 진행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팬이 자리를 채워주셨어요.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면서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콘서트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팬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주는 만큼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아마 그때쯤이면 처음 선보이는 무대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많은 장르 가운데 트로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가수로서 롤 모델을 꼽자면 패티김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이 지닌 특유의 감성과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저만의 색채를 갖는 게 꿈이에요. 가장 저다운 음악, 저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해 생각하다가 성인 가요가 잘 맞겠다 싶었어요. 성인 가요의 클래식한 매력은 시대를 타지 않고, 지속되는 역사와 같아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삽입된 곡 ‘에델바이스’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시간이 흘러 가수 손태진을 떠올렸을 때 대표하는 색이 있기를 바랍니다.
JTBC <팬텀싱어>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상태에서 MBN <불타는 트롯맨>에 도전했어요. 이미 알려진 가수라는 부담은 없었나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성악가가 아닌 가수 손태진으로서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다른 무대를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어요. 궁극적인 목표로는 가수 손태진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불타는 트롯맨> 도전을 결심하고,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경계했던 게 ‘모방’이에요. 누군가를 따라 해 호응을 얻기보다 나만의 것을 보여주고 냉대를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오롯이 저의 색채가 묻어나는 무대로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요?
확신이라기보다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요. 손태진의 음악을 듣고 싶은 이유는 그가 가진 장점과 매력을 듣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떠올렸을 때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대번에 읽히고,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저라는 사람이 보이려면 어느 정도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 하나만 간직하고 나머지는 다 버렸어요.(웃음) 트로트를 시작하면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춰보고, 그 과정에서 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어요. 지금도 새롭게 변화하고,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중이이에요.
<불타는 트롯맨> 이후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어요. 제 무대에 대한 팬들의 피드백이 각각 달라서 방향을 잡는 게 쉽지 않았죠. 같은 무대를 선보여도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쉽다는 반응을 남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무대를 선보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결국 저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팬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팬과의 특별한 일화가 있나요?
음악은 병까지 치유하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음악을 통해 삶의 생기를 얻고, 마음의 상처가 나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껴요. 그런 기적 같은 경험이 제 노래, 저로 인해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제게는 큰 행복이에요.
태도 면에서 본받고 싶은 인물을 꼽으면요?
오랜 기간 활동하는 모든 선배님을 존경해요. 저의 지난 1년을 돌아봐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20년, 30년 동안 쉬지 않고 방송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는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해요. 어느 날 개그우먼 박미선 선배님이 데뷔 36주년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36년 동안 활동하셨냐?”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이 쌓여”라고 말씀하셨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그만큼의 명예를 얻고, 후배가 생기고, 주변에 좋은 일과 좋은 사람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한길을 걸어온 선배님을 보면서 저도 흔들리지 않고 저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금수저라니, 오해입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제가 재벌 수준으로 유복하다고 하던데, 절대 아니랍니다.(웃음) 마음이 풍족하게 성장했다는 점에선 금수저가 맞아요.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으로 지금의 제 모습이 완성된 거라 생각해요.
유년 시절은 싱가포르에서 보냈는데, 긴 타지 생활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싱가포르의 국가 언어 자체도 4개 국어인데, 다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해 자연스럽게 시야가 트였던 거 같아요. 또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그때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지금의 인생은 물론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질 거란 믿음이 있어요.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다양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보니 편리함을 추구하기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사소한 부분에서도 감사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마음에 새긴 문장이 있나요?
‘늘 웃자.’(웃음) 행복과 건강만 지켜도 모든 방면에서 평온해지는 거 같아요. 매사가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웃으면서 살다 보면 행복이 따라올 거라고 믿어요. 보통 색안경을 안 좋게 표현하는데,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좋게 바라보면 그만큼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거 같아요.
손태진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궁금해요.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마이웨이(My Way)’예요. 부를 때마다 새롭고, 감동에 가슴이 벅차올라요.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산다는 가사가 특히 공감이 돼요. 제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과 닮아서요.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곡이기도 해요. 아버지가 즐겨 듣던 노래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노래예요. 노래방에 갔을 때나 부르는 곡이었는데, 최근 KBS2 <불후의 명곡> 무대에서 ‘마이웨이’를 부를 기회가 주어졌어요. 제게 큰 의미가 있는 노래를 부른다는 자체가 감개무량했어요.
자신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항상 떨리고, 두려운 공간이요. 떨림은 무대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과 맞닿아 있어요.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싶은 욕구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떨림을 느끼는 거예요. 아무리 연습하고 준비해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항상 긴장돼요. 떨림의 이유를 생각하면, 기분 좋은 긴장감인 거 같아요.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긴장감이 점점 누그러져요. 그러면서 진정한 제 무대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어떤 가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가수 손태진의 노래를 찾고 싶어요. 히트곡이든 그렇지 않든 저만의 음악을 구체화해 ‘손태진스러운 음악’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예요. 더 넓게는 가수에 국한되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반드시 가수가 아니어도 작곡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해요. 가수라기보다는 아티스트 손태진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인간 손태진으로선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존재이고 싶어요. 또 인생의 끝에서 제 삶을 돌아봤을 때는 ‘남부럽지 않게’라는 문장이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거든요.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시샘하는 데 쓰는 관심을 저에게 쏟으면 인생이 윤택해질 거 같아요. 혹여나 누군가가 부러워지는 순간이 와도 내 인생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갖는 단단하고 강한 마음을 갖고 싶어요.
에디터 : 송정은(패션), 이보미(프리랜서)(인터뷰) | 사진 : 신유나 | 헤어 : 소이 | 메이크업 : 소리 | 스타일링 : 박선영(온트렌드), 어시스던트 허윤정, 조은혜(스타일제이), 어시스던트 한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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