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원들 간의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사의 노력은 대체로 평범하다. 워크숍을 가거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해 여러 게임을 한다. 조금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미국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생산 업체,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의 전 CEO 빌 왓킨슨은 팀워크 향상을 목적으로 직원 200명과 함께 뉴질랜드 중부에서 진행된 40km 경주에 참가한 적이 있다. 직원들의 협동심과 팀워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왓킨슨.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이를 두고 팀워크를 위한 극단적인 단합 대회로 표현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40km 경주가 팀워크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까?
경영자가 단합이 잘 이루어지고 생산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미국 코넬대의 케빈 니핀 조교수와 동료들에 의하면, 팀워크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다. 먹는 행위는 아주 원초적인 행위라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HBR 2015년 12월 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요리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잘 어울립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온라인 대출회사 에노버의 수석 스카우터를 지냈던 마이라 앤더슨은 부서 통합으로 새롭게 팀에 합류한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요리 교실을 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에노버는 정기적으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는 회사였는데, 술 마시기와 공중 그네 수업들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함께 활동하는 이벤트가 많았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동료애를 쌓고 서로의 마음을 여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요리 교실 그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었는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다 같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가 더해진 것이었다. 앤더슨에 따르면 메뉴는 팀원들의 입맛을 고려해 결정했고, 주방의 공간도 여러 곳으로 나누어 다양한 식이 성향을 충족하는 요리를 만들었다. 앤더슨은 요리 교실을 최고의 팀워크 활동으로 꼽았다.
그녀가 요리 교실을 최고로 꼽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앤더슨은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한 사람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업무 방식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요리 교실에서 경험이 많고 익숙한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팀을 이끌 뿐 혼자서 모든 걸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 같이 식사했다. 바로 이 점이 공중그네와의 차이점이다. 공중그네는 신체적 운동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더 유리했고 혼자서 즐기는 활동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건 특별한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함께 만들어 한 식탁에서 먹는 행위를 학계 용어로는 '커멘살리티(Commensality)'라고 부른다. 이 행위가 연구 대상 혹은 경영자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분야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니핀과 그의 동료들은 음식을 먹는 행위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만큼 원초적 이기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팀 동료가 당신이 아닌 예전 동료와 더 친밀하게 지낸다면 어떤 감정을 들까? 어느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동료가 일상적인 활동에서 당신을 배제했을 때 느끼는 질투의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메일이나 전화로 대화를 하거나 만났을 때보다 점심을 같이 먹는다는 상상에서 더 큰 질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음식을 함께 먹는 건 다른 행위보다 더 특별한 친밀감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팀워크와는 무슨 관계란 말인가?
니핀과 그의 동료들은 근무시간에 음식을 같이 준비하고 먹는 소방관들에 주목했다.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의 공동 식사는 유명한 전통인데, 함께 밥을 먹는 소방관들은 그렇지 않은 소방관들보다 일을 더 잘하는지 궁금했다.
니핀은 미국의 중간 규모 도시에 있는 소방서 13곳의 소방관 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도시에 있는 소방서에는 주방과 식사할 수 있는 공간만 있을 뿐 음식이 따로 제공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소방관들은 조리 시간표와 메뉴를 직접 정하고 돈을 모아 재료도 준비했다. 공동 식사가 의무사항은 아니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는 건 소방서에선 사회적 규범이나 다름없었다. 기혼자의 겨우 집에서 밥을 먹고 출근했더라도 동료들과 다시 식사했고, 채식주의자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음식을 가져와 동료들과 함께 먹었다.

소방관들은 하나같이 음식을 함께 먹는 행동이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동료를 가족처럼 느낄 수 있고 일이 없을 때에도 '밥상 공동체'라는 의식이 팀을 한 데 모으는 구심점이라고 강조했다. 소방서 지휘관들을 대상으로도 니핀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지휘관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소방서에서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더 나은 팀 성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요소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식사를 함께 하는 팀의 소방관들은 그렇지 않은 팀의 구성원보다 더 많은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협력적 행동을 보여준 횟수가 두 배나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소방서에서 같이 밥을 먹는 건 그리 단순하진 않다.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사고 음식을 만들기까지 역할을 분담하기도 하지만, 함께 계획을 세우고 대화를 나무며 뒷정리까지 하는 행위는 팀에 협력적인 태도로 이어졌고 이는 팀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니핀의 설명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쓸모없는 시간 낭비 같은 행동이 실제로는 조직의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기업들도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식사를 할지 세심하게 설계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많은 대기업이 외부 케이터링 업체를 통해 사원식당을 운영한다. 구글처럼 높은 품질의 음식을 다양하게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들도 있다. 만약 회사에서 괜찮은 음식을 제공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동료들끼리 함께 밥을 먹을 확률도 높아진다. 회사 내에 식당이 따로 없다면 외부에서 음식을 주문해 함께 먹거나 가까운 식당에 가서 다 같이 먹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단합을 위한 자리에서 팀원들끼리 음식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팀원끼리만 어울리게 되면 사내 다른 직원들이나 외부와 단절될 가능성이 있다. 팀에 새로 합류한 사람이라면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을 배척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함께 먹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단점보다 크다. 건축가들은 사무실을 설계할 때 직원들이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가능성이 높은 공간일수록 협업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필사의 새 본사 건물을 지을 때 모든 화장실이 건물 중앙에 위치하길 원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서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연한 만남을 촉진하는 사무실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참고 자료
케빈 니핀(Kevin M. Kniffin), 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 캐럴 디바인(Carol M. Devine), 제프리 소벌(Jeffery Sobal), ‘Eating Together at the Firehouse: How Workplace Commensality Relates to the Performance of Firefighters’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5년 12월 호
필자 케빈 니핀
정리 인터비즈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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