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주도권 잃은 LG생활건강, 음료사업 매각 '승부수'

LG생활건강은 28일 해태htb 등 음료 자회사 사업 재편과 관련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사진 제공=LG생건

LG생활건강이 음료 부문을 매각 카드에 올리며 대대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K뷰티 트렌드에 뒤처지며 주력 화장품 사업이 20년 만에 적자로 추락하자 비중이 낮은 음료 사업을 정리하고 화장품·뷰티테크로 반등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해태htb(옛 해태음료) 매각을 포함한 음료 부문 전반의 효율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코카콜라음료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코카콜라음료는 매각 대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다른 사업은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2010년 인수한 해태htb는 썬키스트·코코팜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2007년 한국코카콜라와 원액 공급 계약을 맺고 국내 유통을 맡고 있다. 해당 사업 인수로 외형은 확장됐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9% 감소한 1681억원에 그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음료사업이 ‘아픈 손가락’으로 떠오르자 회사는 결국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화장품 사업 재건에 무게를 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때 아모레퍼시픽과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LG생건은 올해 2분기 화장품 부문에서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재 매출 비중은 화장품 42%, 생활용품 31%, 음료 27%다.

화장품 사업 왜 뒤처졌나

LG생건의 화장품 사업 부진은 글로벌 K뷰티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LG생건 매출은 한국(70%) 편중이 심하고 중국(10.4%), 북미(9%), 일본(6.7%)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 팬데믹과 면세업계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뒤에도 LG생건은 주력 브랜드 ‘더후’ 리브랜딩과 비용 절감에 그치며 탈중국 전략을 서두르지 못했다. 올해 2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 줄었고 이는 화장품 부문 분기 적자로 이어졌다.

공격적인 뷰티 브랜드 인수합병(M&A) 성과도 미미했다. LG생건은 2019년 '에이본'을 시작으로 '보인카', '힌스', '더크렘샵' 등을 잇따라 인수했지만 현지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인수 초기 에이본은 LG생건 북미 진출 전초기지였지만 2021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각각 인수한 '코스알엑스'(2021년)와 '어뮤즈'(2024년)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어뮤즈 편입 이후 2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1156억원으로 전년대비 9.8%, 직전분기대비 2.2% 늘었다. 코스알엑스 매출과 영업이익도 우상향하고 있으며 해외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구다이글로벌 역시 조선미녀·티르티르·크레이버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1조원 규모로 키웠다.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LG생건은 2013년 튠에이지를 선보이며 저주파 마사지기, LED 피부관리기 등을 출시했지만 당시 낮은 시장 인식과 높은 가격으로 대중화에 실패했다.

반면 K뷰티 호황을 발판 삼은 에이피알은 디바이스를 성장 축으로 내세워 2024년 코스피 상장과 글로벌 확장에 성공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7228억원을 기록하며 애경산업(6791억원)을 제치며 업계 3위에 올랐고 시가총액에서는 LG생건마저 넘어섰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LG생건은 LG전자와 함께 일찍이 디바이스 역량을 갖췄지만 시장 흐름에 맞춰 선제적으로 키웠다면 에이피알에 견줄 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테크'에 방점

LG생건이 LG프라엘 양수 이후 첫 제품으로 ‘LG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와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 3종을 출시했다. /사진 제공=LG생활건강

LG생건은 뒤늦게 전열을 가다듬고 뷰티 디바이스 사업 강화에 나섰다. 지난 6월 LG전자가 보유하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LG 프라엘’을 양수해 사업을 전담했다. 프라엘은 2017년 LED 마스크, 더마쎄라, 워시팝 등을 출시하며 시장에 안착한 바 있다. 신제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스킨케어 라인 글래스라이크 3종도 출시했다.

펀드 투자를 통해서도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1월 인포뱅크와 함께 22억원 규모의 뷰티테크 펀드를 조성해 관련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착수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뷰티테크와 헬스케어 분야 유망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화장품과 디바이스 간 시너지를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9월에도 K뷰티 스타트업 전용 ‘마크-솔리드원 뷰티인텔리전스펀드 1호’에 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고성능 디바이스와 화장품 간 시너지를 창출해 가정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피부관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차별적 고객 가치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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