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리포트] HD한국조선해양, 'TSR 도입' 주주환원 기지개

/사진 제공=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명확하고 일관된 주주환원 지표를 내놓은 것은 2021년 결산부터다. 당시 '배당성향 30%(별도 손익계산서 기준)' 이상을 제시했는데 올 연말에는 주식 매입·소각까지 아우르는 새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2022년부터 신조선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2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했다. 예상 보다 빠른 실적 개선으로 작년부터 내부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얼어붙은 업황에 주주환원 올스톱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시절인 2014년 전년도 결산 배당으로 주당 2000원을 지급한 것을 마지막으로 배당을 멈췄다. 2014년 이후 수주 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에 시달리면서 2015년 적자 전환했다.

'헤비 테일' 수익 구조인 조선업 특성상 당해 매출이 뛰었다면 1~2년 전 수주 상황이 양호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직전 연도 선박 영업 실적을 보면 매출, 영업이익을 특정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산업이다. 바꿔 말하면 배당 가능이익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환원 정책 수립에 용이한 산업인데도 HD한국조선해양이 10년간 '무배당'을 고수해온 것은 실적 개선이 더뎠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인력 감축 등을 포함한 자구 안을 내놓기도 했다. 저선가 선박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날로 악화됐으며 조선업 전반의 사정이 녹록지 않은 까닭에 주주환원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자회사 HD현대중공업에서 중간 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으로 그룹 내 위치가 격상됐지만 이후에도 의미있는 주주환원은 없었다. 중간 지주회사 전환 직후 영업손익은 △2019년 2902억원 △2020년 744억원 △2021년 -1조3848억원 △2022년 -3556억원 △2023년 2823억원으로 들쭉날쭉했다.

자사주 활용까지 검토…주주친화 적극

HD한국조선해양은 12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다. 3분기 실적발표회 당시 성기종 IR담당(상무)는 "밸류업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고무적인 점은 배당은 물론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운신의 폭을 넓혀 주주환원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TSR 개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TSR은 순이익 대비 배당금,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소요된 총비용의 비중을 계산한 것으로 단순 주가 비교 보다 유용한 지표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TSR 목표를 제시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 HD한국조선해양의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금만 따져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없으며 자사주 소각의 경우 임직원 성과금 지급을 위해서였다.

HD한국조선해양은 TSR 기준 30% 이상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도입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미정이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순위 32위로 시장 대표성 측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2023년 이전 적자를 기록한데다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도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 평균치 보다 낮다. 2단계 스크리닝 과정에서 탈락해 밸류업 지수에 못 들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연말 밸류업 공시를 하면 거래소가 내년 6월 정기심사할 때 인센티브를 받게 돼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한 기업에 대해 시가총액, 시장평가, 자본효용성 등 일부 평가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실제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 발표 당시 밸류업 계획을 앞당겨 발표한 DB하이텍, 현대차, 신한지주 등이 특례편입됐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4133억원으로 밸류업 지수 편입 요건 가운데 수익성 지표도 충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