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연일 오락가락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가전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상호관세를 발효한 지 불과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한다"고 입장을 바꿨고, 이후에도 전자제품 관세 면제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트럼프 관세 정책의 혼란스러운 행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전 세계 70여 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9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관세 유예로 인해 2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KB증권의 한 연구원은 "90일 상호 관세 유예는 향후 실적 가시성 확대의 직접적 요인으로 판단되며, 반도체 및 스마트폰 등 신제품 선행 생산 증대를 통해 북미 유통 채널 공급을 확대할 수 있고 2분기 중 글로벌 생산지 조정 전략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 전자제품 관세 면제 발표와 번복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1일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라는 문서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0개 전자제품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가격 폭등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과 미국 기업 피해가 커질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인 1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예외가 발표된 적 없다. 단지 다른 부류로 옮길 뿐"이라고 밝히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며 "관세율은 다음 주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 삼성전자의 기회와 위기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타깃으로 높은 관세와 수입제한 조치를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요처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레거시(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저가 중국산 공습에 시달려온 한국 업체들에게 트럼프발 반도체 관세가 일종의 방패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에 품목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삼성전자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지인 베트남에 적용된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46%로 국내(25%)보다 21% 포인트 높았다. 다만 품목 관세율은 얼마나,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불확실성 속 대응 전략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은 앞서 25% 관세를 부과한 철강이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상호관세와 중첩되지 않는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평판 디스플레이 등을 패키지로 묶어 국가 안보 위협을 조사하는 미국의 관세 전략은 관련 자국 제조사들을 우회 지원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라며 "대중 반도체 및 가전 제품 관세율 수준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 다양한 위험과 기회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 주가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세부적인 관세 정책의 기조가 변동될 수는 있어도 상호 관세 부과 자체가 유예된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당장 올 하반기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가격 상승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가 불식된 점은 호재"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는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를 일부 희석시킬 만한 재료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반영한다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상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 반등에도 긍정적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향후 전망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소비자 부담과 기업 피해를 고려해 일정 부분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관세 정책이 추가로 조정될 여지가 남아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생산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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