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에너지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미국 디젤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전날 미국 평균 소매 디젤 가격이 갤런당 5.04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타격을 입었던 지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디젤 가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3분의1 이상 급등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각종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는 여러 차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디젤, 휘발유와 항공유 등의 가격은 원유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젤은 전 세계 화물 운송, 농업, 건설 산업을 움직이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 연료로 소매 가격이 급등하면 그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페르시아만 정유시설이 주요 공급원이어서 다른 석유 제품보다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미국, 아시아와 유럽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고 선박 운항에 사용되는 연료유도 배럴당 140달러에 가까워졌다.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석유 분석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흐름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재개되기 전까지는 연료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 트럭 운송 기업 중 하나인 거테카로지스틱스의 파벨 크베텐 최고경영자(CEO)는 디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에 대해 “현재로서는 운영상의 차질은 없지만 경제적 영향은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매주 유가를 기준으로 운임을 조정하기 때문에 “연료 비용 상승이 몇 달이 아니라 며칠 내 운송 요금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사장은 “디젤 가격 상승은 매우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트럭 운송 및 철도 회사들이 이에 대응해 연료 할증료를 인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포우는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AA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27% 상승해 갤런당 3.79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이란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부분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사작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약 102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94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중동 전쟁 기간 동안 원유 가격은 40% 이상 상승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디젤과 사실상 동일한 제품인 가정용 난방유 가격도 5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연료 가격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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