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 뭇매 맞고도 정신 못차린 선관위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코로나 확진 유권자 등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라면박스, 비닐쇼핑백에 담아 옮긴 이른바 ‘소쿠리투표’로 뭇매를 맞은 중앙선관위가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에도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야당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지역의 개표 중단을 요구하지만 여당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선관위가 대응해야할 문제”라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선관위는 용지를 긴급 이송하고 투표 시간을 연장해 대기 중인 유권자들이 모두 투표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민의힘은 투표용지를 타 투표소에서 전달해오는 과정에서 선거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가 없고,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대기 중이던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개표 중단을 요구한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선거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선관위 탓에 부정선거론자들이 음모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전투표 첫날이던 지난달 29일에는 대구에서 A씨가 사촌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투표소에서 지문을 기기에 갖다 대는 것이 본인과 지문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여겨졌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투표소 지문 인식이 주민등록시스템과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당시 선관위는 투표 참여 기록을 위한 사후적 용도로 지문 인식을 했기 때문에 외모가 닮은 타인의 신분증으로 투표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터지면서 선관위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인터넷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지퍼백’에 담아서 가져오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투표 부족 사태를 ‘지퍼백 사태’로 부르는 현상도 빚어졌다. 선관위는 14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집계했으나 국민의힘은 17곳으로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관위의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수준의 입장을 낸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송파 강남 서초 광진 등 지역은 서울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투표 공정성은 깨졌다. 지금이라도 진상 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즉시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며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 실시해야만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선거 개표를 즉시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투표용지가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간 분은 참정권을 침해받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일 수 있고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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