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적을수록, 정치적 목소리 클수록 남녀 흡연율 격차 좁혀진다
남녀 간 흡연율 차이 발생 규명
데이트폭력 등 젠더 기반 폭력이 적을수록, 정치적 목소리를 낼 통로가 많은 사회일수록 남녀 흡연율 격차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흡연율은 대체로 임금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번 연구는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서도 사회제도적 성 불평등 정도에 따라 남녀 간 흡연율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연구결과는 김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과 김도형 명지대 교수가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제42권 4호)에 발표한 ‘사회 제도적 성 불평등과 흡연율 성비: OECD 회원국 분석’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기준 세계 165개국 15세 이상 인구의 성별 흡연율 조사에서 한국을 제외한 대다수 OECD 회원국의 경우 남녀 간 흡연율 격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이 비교적 동질적인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남성 대비 여성 흡연율(Gender Smoking Ratio·GSR) 격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분석틀로는 △여성에 대한 가족 내 차별 △여성의 신체적 자결권 제한 △생산 자원 또는 금융 자원에 대한 여성의 접근 제한 △여성의 시민적 자유의 제한이라는 SIGI 지표에 기반해 건강 지수를 제외한 수정 GGI(Gendr Gap Index)를 활용했다.
남녀간 흡연율과 GGI 관련 자료가 없는 덴마크, 튀르키예 등 8개국을 제외한 OECD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사회제도적 성 불평등과 궐련 흡연율 성비 간 관계는 신체적 자결권과 시민적 자유 영역에서만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다. 신체적 자결권은 젠더 기반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수준 등을 말하며 시민적 자유는 정치적 목소리나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성 등을 일컫는다.
분석결과 신체적 자결권의 하위지수의 경우 1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흡연율 성비는 6.07%포인트 혹은 0.27 표준편차만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적 자유 하위지수 역시 1 표준편차 증가할 때 흡연율 성비가 7.17%포인트 혹은 0.32 표준편차만큼 감소했다. 연구진은 여러 분석지표에서 건강과 교육을 제외한 수정 GGI 총점을 통제한 추정 결과 성평등도가 높을수록 남성 대비 여성 흡연율(GSR)이 높았으며 신체적 자결권 계수 추정치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은 반면 시민적 자유 계수 추정치는 크기가 30%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SIGI의 네 영역 가운데 신체적 자결권과 시민적 자유 영역의 제도적 성 불평등도가 높을수록 남성 흡연율 대비 여성 흡연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가내 차별과 경제적 자원 영역의 불평등도는 국가 간 편차가 비교적 큼에도 GSR와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연구결과에 대해 “경제, 교육, 정치 영역의 성별 격차를 조정하더라도 SIGI로 측정한 사회 제도적 성 불평등도가 높을수록 자기 보고 여성 흡연율이 남성 흡연율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낮았다”며 “특히 여성의 신체적 자결권 및 시민적 자유가 미약할수록 흡연율 성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관계가 사회제도적 성 불평등도가 높은 환경에서 여성들이 흡연 사실을 축소 보고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흡연을 덜 하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여성의 자기 보고 흡연율의 상대적 증가는 여성들의 건강 행동 악화가 아닌 과거 왜곡된 흡연 자기보고가 여권 신장에 따라 바로잡힌 결과일 수 있으므로 보건(금연) 정책 수립 시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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