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영풍家 추석 연휴에도 소리 없는 전쟁

송응철 기자 2024. 9. 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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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공개매수, 적대적 M&A 아닌 경영권 강화 차원”
고려아연 “약탈적 투기 자본…기술 해외 유출 우려”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고려아연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영풍가(家) 경영권 분쟁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점을 두고서다. 장 고문 측은 공개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닌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를 '약탈적 투기 자본'으로 규정하고 국가기간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전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적대적 M&A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3일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약 7%(144만5036주)에서 14.6%(302만4881주)를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합산율은 47.75%로 의결권 있는 지분의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입장문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고려아연은 장씨가 소유하고 최씨가 경영하는 구도로 운영돼왔다. 현재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로 최씨 일가(15.6%)의 2배 이상이다.

영풍도 "2대 주주 최씨 일가와 이렇게 격차가 나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윤범 회장이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부딪히자 반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현대차·한화·LG그룹 등 대기업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도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우호 지분이라면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대해서만 공시했을 뿐 공동행위자임을 밝힌 바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최 회장은 본인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부터 주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영풍은 최 회장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의혹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 고가매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고려아연도 같은 날 박기덕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의 약탈적 인수·합병(M&A)에 반대한다"며 "고려아연의 주주인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맞섰다.

박 사장은 이어 "그간 영풍이 환경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왔고 대규모 적자로 경영 능력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약탈적 자본'과 결탁해 고려아연의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몰두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MBK파트너스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취득할 경우 사모펀드의 본질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체 주주 및 구성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차전지 소재와 폐배터리·리사이클링, 신재생에너지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주주가치가 심대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MBK파트너스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외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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