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홈쇼핑의 돌파구는 커머스 AI: AI사업 본격화하는 버즈니 남상협 대표 인터뷰
Part 1. 회사 소개 및 배경
리승환(이하 리):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남상협: 안녕하세요, 모바일 홈쇼핑 플랫폼 ‘홈쇼핑모아’를 운영하는 버즈니 대표 남상협입니다. 국내 모든 홈쇼핑사들이 입점해 있고, 이용자들은 여기서 모바일로 홈쇼핑 방송을 돌려보기도 하고, 검색해서 가격도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을 간편하게 구매합니다.
리: 여기는 돈을 어떻게 버나요?
남상협: 저희 수익모델이 좀 독특한데 ‘홈쇼핑모아’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국내 모든 홈쇼핑사의 제품이 노출됩니다. 여기서 클릭할 때마다 저희에게 일정 수익이 발생해요. 일종의 광고비인 셈인데, 그 효율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ROAS 기준으로 적게는 1천% 많으면 한 3천% 나오거든요.
리: 1000%도 높은데 3000%? 너무 높은데요?
남상협: 네. 그래서 저희 홈쇼핑모아에 입점한 홈쇼핑 및 쇼핑사들은 대부분 계속 입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희에게 자사 홈쇼핑 검색 쿼리도 제공합니다. 저희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수록, 저희는 더 고객에게 잘 맞는 상품을 노출할 수 있으니까요. 또 그 데이터가 쌓일수록 저희 검색엔진도 고도화되고요.
리: 검색엔진 고도화, 이걸로 먹고 살 수도 있겠네요?
남상협: 네. 올해 버즈니의 가장 큰 변화는 “홈쇼핑모아” 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검색엔진을 포함한 다양한 커머스 AI 기술을 이제는 다른 제휴 커머스 회사들에게도 오픈해 함께 성장 구조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10년 전 저희 홈쇼핑모아의 시작도 기술이었어요. 당시 홈쇼핑사들의 소싱-유통 능력은 대단했고, 굉장한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최적화를 잘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한발 앞서 홈쇼핑사들의 제품을 모바일 최적화시킨 거죠. 이후 지금까지 API를 연동하고 홈쇼핑사들 검색 쿼리를 받고 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생각보다 대한민국 커머스 검색엔진 품질이 낮다는 거였죠.
Part 2. 검색엔진 필요성
리: 검색엔진 품질이 낮다는 건 어떤 의미죠?
남상협: 예를 들어 “김혜수 아이크림”을 검색해볼게요. 홈쇼핑모아에서는 찾는 제품이 바로 나와요. 하지만 홈쇼핑을 비롯해 대다수 쇼핑 플랫폼은 제품이 노출되지 않지요.
리: 어… 이건 왜 그런가요?
남상협: 네이버나 쿠팡은 검색엔진 개선에 엄청나게 공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대개 쇼핑 플랫폼은 제품을 소싱하고 셀러를 관리하고 CS를 처리하는 등 여러 영역을 다 잘해야 합니다. 반면 검색은 이들의 핵심 역량이 아니죠. 그러다보니 관리를 잘 하지 않는 거죠.
리: 검색이 쇼핑에 많이 중요한가요?
남상협: 인플루언서 보고 들어가는 중소형 쇼핑몰이면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하지만 홈쇼핑을 비롯해 대형 쇼핑 플랫폼이라면 원하는 물건이 빠르게 나와야 합니다. ‘홈쇼핑모아’에서는 소비자들이 10번 검색하면 15번 정도 클릭하는데, 다른 쇼핑 플랫폼은 그 절반 정도인 6~7번만 클릭합니다. 그만큼 홈쇼핑모아 검색엔진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추천해주는 거죠. 이에 따라 ROAS가 높아지는 거고요.
리: 오… 그렇네요. 그러면 홈쇼핑모아의 검색엔진을 타 쇼핑 플랫폼에 이식하는 사업을 하는 건가요?
남상협: 네. 그동안 홈쇼핑모아라는 자체 서비스만 신경 썼는데 저희 핵심 경쟁력은 기술이거든요. 제가 포항공대 석사 시절부터 검색엔진을 연구했고 세계대회에서 우리 랩이 1위를 하기도 했어요. 이후 10년 이상 커머스만 깊게 팠고요. 국내 커머스 검색엔진은 국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리: 근데 그동안 왜 검색 기술 안 팔고(…)
남상협: 아, 그게 제가 처음 창업했을 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먹고 살려고 온갖 SI를 했죠.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 개발은 사실 별 문제가 아닌데, 공대 나온 애들끼리 문서 쓰는데만 시간을 60% 쓴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 인식이 바뀐 게 SaaS가 굉장히 많이 보급되고 있잖아요? 저희가 노션이랑 지라에만 1년에 천만원 넘게 씁니다. 이제 외주가 아닌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개념이 정착되고 있는 거죠. 이미 대형 홈쇼핑 2개사가 저희 검색엔진을 테스트 중입니다.
Part 3. 검색엔진의 활용
리: 근데 검색엔진이 SaaS처럼 클라우드로 구동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SI가 일부 들어가야할 텐데…
남상협: 어느 정도는 들어가죠. API를 연동할 때, 쇼핑몰에서 저희를 호출은 해줘야 하니까요. 다만 기존 홈쇼핑사나 쿠팡, 지마켓, 11번가 등 대형 플랫폼은 이미 저희 ‘홈쇼핑모아’와 상품과 리뷰 등 데이터가 동기화돼 있잖아요? 그래서 API만 연결하면 큰 공수를 들이지 않고 바로 검색 퀄리티를 높일 수 있습니다.
리: 그러면 아직 동기화되지 않은 쇼핑몰, 예로 카페24 등 D2C 몰들도 쓸 수 있나요?
남상협: 어차피 대부분 쇼핑몰들이 ‘표준화된’ 방식이 있어요. 정기적으로 상품과 검색 쿼리를 저희에게 전달하면, 저희가 이를 통해 검색 색인을 저장하고 계속해서 고도화하죠. 특정 커머스라고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곳은 연동부터 시작하니 비용이 좀 더 들기는 하겠지요.
리: 그러면 이 검색엔진은 한번 심어둔 후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하나요?
남상협: 자동으로 됩니다. 요즘 AI가 화두인데, 사실 검색엔진만큼 AI가 중요한 분야도 잘 없습니다. 커머스 검색을 제 식으로 설명하면 이래요. 1) 사람들은 저마다 의도를 가지고 있다 2) 하지만 의도를 정확하게 100% 입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검색엔진은 센스 있게 사람들의 속내를 읽어줘야 하고, 이를 위해 머신러닝을 통한 끊임없는 고도화가 필수입니다. 검색어가 들어올 때,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기반하여 좀 더 걸맞는 결과를 노출해주는 거죠.
리: 에… 예를 들어 어떤?
남상협: 쉬운 예로 누가 커머스 사이트에서 ‘대만’을 입력했어요. 홈쇼핑 콘텍스트에서는 여행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만 음식을 검색하기 위해 ‘대만’을 검색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그런데 이런 걸 잘 모르는 검색엔진은 엉뚱한 음식 등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겠죠. 근데 검색엔진이 처음부터 이걸 잘 알 수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사용자의 키워드와 어떤 상품을 클릭하는지 학습해야겠죠.
리: 이걸 버즈니의 검색엔진은 알아서 계속 학습한다는 건가요?
남상협: 네, 그렇습니다. 자사 쇼핑몰에서의 검색결과를 학습함은 물론, 홈쇼핑모아를 포함해 버즈니가 제공하는 모든 검색엔진의 검색결과도 학습하지요. 검색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의 AI학습이 필요합니다. 카테고리 분류, 세그멘트(띄어쓰기), 유사한 상품군, 가격 비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학습시켜야 하죠. 저희는 15년 이상 검색, 10년 이상 커머스에 투자해왔고, 이를 검색엔진 기술로 풀어내고 있는 거죠.
Part 4. 챗GPT 이야기
리: 요즘 챗GPT가 난리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남상협: 15년 전부터 자연어처리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엄청나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상상도 못할 퍼포먼스가 나왔는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중성까지 갖췄다? 스마트폰 혁명 이상으로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마트폰 도입기 모두가 뛰어들었듯, AI 시대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리: 근데 챗GPT 신기한 게 어떻게 그렇게 바로바로 답변을 해주죠?
남상협: 기술적으로는 복잡한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되잖아요? 검색하는 순간 0.1초만에 20개 정도의 웹페이지 검색결과가 떠요. 이들 웹페이지는 또 하나하나 텍스트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을 거잖아요? 챗GPT는 이들 페이지를 후다닥 읽어온다 생각하면 돼요. 글자 하나하나 출력하며 벌어둔 시간으로 그 내용을 읽어오는 거죠.
리: 버즈니도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했군요?
남상협: 네. 챗GPT와 커머스를 접목한 ‘옥순 AI’ 베타 서비스(https://www.oksoon.ai/)를 출시했습니다. 상품에 관해 질문하면 답해주는 거죠. 이번 베타서비스에는 상품 리뷰를 요약해 주는 기능을 이용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창업 이후 10년 이상 AI를 손에서 놓은 적은 없어요. 3년 전부터 AI랩을 별도로 발족시켜 기술연구 중이었고요. 그래서 챗GPT도 출시하자마자 바로 커머스에 적용해봤는데 한국 쇼핑은 잘 맞지 않았어요. 맥북이나 아이폰 같은 글로벌 상품은 잘 나오는데, 주로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이나 외국과 제품명이 매치되지 않는 제품은 엉뚱한 답을 주더라고요.
리: 챗GPT가 한국어 관련해서는 말은 그럴싸한데 아무말대잔치(…)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남상협: AI 업계에서는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해요. 데이터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죠. 반대로 국내 쇼핑 데이터만 채워줄 수 있다면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10년 간 18개 홈쇼핑사는 물론, 쿠팡, 옥션, 지마켓, 하이마트… 이들의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이 데이터를 잘 다듬어 입력하면, 국내 상품에 관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이를 챗GPT 연동 ‘옥순 AI’라는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Part 5. B2B 서비스와 기술력
리: 좋은 데이터만 넣어주면 챗GPT가 알아서 답해주는 건가요?
남상협: 그렇진 않습니다. 요즘 AI 솔루션 업체들이 되게 많이 있잖아요. 기술적으로 훌륭한 회사가 적지 않아요. 그런데 보통 그런 솔루션이 여러 분야를 다루는 반면, 저희는 홈쇼핑을 포함한 커머스 하나만 10년 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냥 AI다, 도입하기 쉬워요. 그런데 막상 사용자에게 도움되는 AI를 만들려면 도메인 전문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리: 음… 예를 들면 어떤?
남상협: 챗GPT가 받아들이는 질문도 일종의 검색이잖아요? 여기서도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커머스 안에서도 가격을 비교하는 건지, 리뷰가 어떤지 물어보는 건지, 제품 스펙을 비교하는 건지…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먼저 시작부터 서비스 범위를 제약해야 합니다. 의도를 ‘커머스’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범위가 확 좁혀지니까요.
리: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
남상협: 도메인과 관련된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 제품 카메라 어때?” 식으로 단순한 질문만 던지지 않아요. 예로 “올해 트렌드에 잘 맞을 검은색 옷 추천해줘” 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하죠. 옥순AI의 경우 다양한 자체 검색엔진을 활용합니다. 가격 비교 엔진, 이미지 검색 엔진, 리뷰 분석 엔진 등 여러 검색엔진에 콘텍스트를 가지고 오라 요청하는 거죠. 옥순AI도 “엄마들 후기는 어때?”, “여름에도 쓸만해?” 등 다양한 맥락에 대답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리: 단순 질답 서비스라 하기에는 뭐가 되게 많이 들어가네요;;;
남상협: 네. 이건 기술도 기술인데, 특정 도메인에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에요. 여러 분야를 하는 업체는 절대 불가능해요. 저희는 이미 이런 AI 기반 B2B 솔루션을 대형 홈쇼핑 사들에 제공하고 있어요. 예로 리뷰 분석 AI 솔루션은 다양한 리뷰를 수집 후 정리합니다. 예로 예로 ‘촉촉해요’라는 표현을 ‘보습성 우수’ 식으로 뽑아내는 거죠.
리: 오… 신기하네요.
남상협: 또 홈쇼핑에 특화한 동영상 하이라이트 요약 서비스도 있습니다. AI가 영상을 빠르게 훑고, 상품 이미지 등에 기반해서 그 상품이 나온 부분을 찾아내어 요약하기도 하고, 관리자가 찾고자하는 표현이 포함된 부분을 음성인식 기반으로 검색해 해당 구간을 하이라이트로 출력해 전달하기도 하는 거죠. 구글 렌즈, 네이버 렌즈, 이런 걸로 사진 찍으면 어떤 제품인지 찾아오잖아요? AI와 데이터 양쪽 모두 훌륭한 기업이라 가능합니다. 저희도 긴 시간 AI를 개발해 왔고, 대형 쇼핑 플랫폼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특히 홈쇼핑 영상을 모두 분석하고 있는 곳은, 국내에 버즈니가 유일할 겁니다.
리: 쇼핑계의 챗GPT 옥순AI는 어떻게 성장시킬 계획인가요?
남상협: 제가 자연어와 검색을 15년째 다루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다들 우후죽순 챗GPT 서비스를 내는데 그냥 질답 자체는 아무나 만들어요. 그런데 좋은 경험을 주고 꾸준히 사용하게 하는 ‘서비스’로 만들기는 쉽지 않거든요. 진짜 웬만한 검색 쿼리를 넣어도 이거 괜찮네, 이런 만족감을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현재 옥순AI의 ‘리뷰 요약’ 기능에 있어서는 웬만큼 수준이 올라온 것 같고, 추후 조건에 맞는 상품 추천, 가격 비교, 이미지 기반의 상품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최근 몇몇 홈쇼핑사에서도 옥순AI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각 홈쇼핑사에 맞는 형태로 커스터마이징 후 공급할 계획도 있습니다.
리: 검색엔진 영업은 잘 되나요?
남상협: 검색엔진도 홈쇼핑사를 비롯해 여러 커머스 플랫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매출 향상을 위해 검색엔진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다 찬성하시는데, 다들 한참 큰 대기업이다 보니 의사결정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형태로 커스터마이징하면 좋을지 계속해서 조율 중입니다.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남상협: 그동안 버즈니는 커머스 AI 기술을 실제 커머스 분야에 적용하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올해는 커머스 AI 기술을 활용해 홈쇼핑모아 서비스의 질적인 변화와 비즈니스 성장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홈쇼핑모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인 각 홈쇼핑사, 커머스사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반에서 버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