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GA(미국골프협회)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참가 자격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2025년부터 USGA의 여성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출생 시 여성으로 지정되었거나, 남성으로 태어났다면 사춘기 이전에 성전환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딜레마
최근 Diversity(다양성)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골프가 가진 특징 중의 하나로, 성별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골프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를 드렸는데요. 바로 이것이 골프가 가진 '다양성'의 기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관점에서, 엘리트 스포츠로서의 골프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리하자면,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동일한 경기장에서 서로 다른 조건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되지만, 동시에 공정한 경쟁이라는 또 다른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전과 현실의 충돌
골프 역사에서 성별의 벽을 넘으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2003년 아니카 소렌스탐의 PGA 투어 도전은 골프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여성 골퍼였던 소렌스탐 선수의 도전은 '성별의 벽을 넘어서는 순간'이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남성 선수들과의 평균 30-40야드의 비거리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었죠. 그 거리를 만회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에 부딪혔습니다.
2004년 미셸 위의 소니오픈 도전도 비슷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1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놀라운 기량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생물학적 차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러한 도전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골프에서의 성별 차이는 단순한 기술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USGA의 결정 역시, 이는 차별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어떨까?
다른 스포츠 조직들도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참가와 관련하여 유사한 정책을 도입하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계육상연맹, 세계수영연맹, 국제사이클연맹 등 여러 국제 스포츠 연맹들이 사춘기 이전에 의학적 전환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엘리트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종류의 스포츠는 남녀의 기록 차이가 어느 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등한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다른 의미의 '차별'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에 비해 골프가 가진 고유의 핸디캡 시스템과 다양한 티잉 구역의 존재 등은 다른 스포츠에 좀 더 공정한 경쟁을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함께 즐기는 골프의 지혜 - 그랜드 손튼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의미하는 것
그래서, 2023년부터 열리고 있는 하나의 대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그랜드 손튼 인비테이셔널이라는 대회인데요.
이 대회는 PGA 투어와 LPGA 투어의 최고 선수에서 활동하는 남녀 각각 16명의 선수가 함께 플레이하는 독특한 대회입니다. 포맷 자체도 독특하지만, 저는 이 대회의 상금 배분에 주목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남녀가 동일하게 상금을 나눠갖는 것이죠.
상금 규모로 볼 때 일반적으로 남자 대회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남녀가 팀을 이뤄 경쟁하고, 같은 금액의 상금을 받는 것이 조금은 신선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골프가 더욱 매력적이고 모두가 환영받는 스포츠"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남녀의 차이는 있지만,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2028년 열릴 예정인 LA 올림픽에서의 혼성 골프 경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흥행이라는 측면에서도 골프라는 스포츠의 인기를 더해줄 수 있는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녀가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것이야말로, 골프가 가져다주는 진정한 다양성의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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