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가 플래그십 대형 SUV ‘QX80’로 북미 럭셔리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무려 14년 만에 풀체인지를 단행한 QX80는 2026년형에서 새로운 스포츠 트림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링컨 내비게이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메르세데스-벤츠 GLS 등이 장악하고 있는 풀사이즈 럭셔리 SUV 시장에서 인피니티가 어떤 차별화 전략을 내놓았는지 주목된다.

QX80는 닛산 아마다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이번 리뉴얼을 통해 독자적인 디자인 언어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피니티 특유의 시그니처 프론트 페이스와 리트랙터블 사이드 스텝 등 외관 디자인은 물론, 오픈 포어 우드와 에칭 메탈을 활용한 실내 마감재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냈다.

2026년형의 핵심은 기존 센서리 트림을 대체하는 스포츠 모델이다. 새로운 전면 그릴과 재설계된 범퍼, 22인치 전용 휠을 적용했으며, 미러 캡과 루프 레일, 각종 배지에 블랙 마감 처리를 더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그랜드 블루, 다이나믹 메탈 등 전용 외장 컬러는 블랙 옵시디언 루프와 투톤 조합이 가능하다.

실내는 더욱 과감하다. 더스크 블루 가죽 시트에 다크 매트 크롬 액센트, 그라파이트 컬러 헤드라이너를 조합해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이아몬드 패턴 천공 처리된 블랙과 블루의 시트 인서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2열에는 마사지 기능을 더했고, 3열 시트에도 세미 애닐린 가죽과 열선 기능을 적용해 실용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 전면 콘솔에는 쿨링 박스까지 마련됐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자연흡기 V8 엔진을 대신해 3.5리터 트윈터보 V6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바뀌었다.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70.3kg·m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6.8초가 걸린다. 약 1.4톤에 달하는 무게를 고려하면 결코 느린 수치가 아니다.

연비 역시 대형 SUV의 숙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륜구동 모델 기준 복합 연비는 약 7.4km/에 그쳤고, 사륜구동은 이보다 낮은 7.1km/를 기록했다. 1회 주유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후륜 683km, 사륜 644km다.

QX80의 강점은 안전성과 첨단 기술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로부터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받았으며, 모든 충돌 테스트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보행자 감지, 차선 유지 보조, 후측방 충돌 경보, 사각지대 모니터링,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360도 카메라, 운전자 주의력 모니터 등이 기본 제공된다.

실내 공간 활용성도 경쟁 모델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3열 뒷좌석 기준 짐 공간은 622리터로 내비게이터의 546리터, GLS의 492리터보다 넉넉하다. 다만 1, 2열을 모두 접었을 때는 2,859리터로 내비게이터의 2,925리터에 근소하게 뒤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4.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3인치 중앙 터치스크린, 공조 전용 9인치 터치스크린 등 3개의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구글 플랫폼 기반이지만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하며, 무선 충전 패드와 8개의 USB 포트가 표준이다. 오디오는 12스피커 클립쉬 시스템이 기본이며, 헤드레스트 스피커를 포함한 24스피커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기술은 프로파일럿 어시스트다. 버전 1.1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을 제공하고, 버전 2.1은 특정 고속도로 구간에서 핸즈프리 주행이 가능하다. 최상위 오토그래프 트림에는 2, 3열 공조를 제어하는 후석 터치스크린이 센터 콘솔에 통합됐으며,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64색 앰비언트 조명, 냉장 기능 콘솔 박스 등을 선택할 수 있다.

2026년형 QX80는 퓨어, 럭스, 스포츠, 오토그래프 등 4개 트림으로 구성된다. 북미에서 가격은 퓨어 후륜구동이 8만 5,940달러(약 1억 2,5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사륜구동은 8만 9,040달러(약 1억 2,900만 원)다. 럭스는 후륜 9만 3,040달러(약 1억 3,500만 원), 사륜 9만 6,140달러(약 1억 3,900만 원)이며, 새로 추가된 스포츠는 10만 4,140달러(약 1억 5,100만 원)에 책정됐다. 최상위 오토그래프는 11만 3,690달러(약 1억 6,500만 원)다.

QX80는 14년 만의 전면 개편을 통해 ‘고급 닛산’이라는 오명을 벗고 독자적인 럭셔리 SUV로 거듭났다. 특히 인피니티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잘 녹아든 외관과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실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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