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특혜 논란, 해외선 특례 확대 공감…전문가 “공정한 기준 마련이 핵심”

최근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위해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 위상을 높인 인재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사회적 논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체육·예술 등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둔 인재에 대해서는 병역특례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르데스크가 국내에 거주하거나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상당수는 국제 무대에서 국가를 알리거나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인재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폭넓은 병역특례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병역 의무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인 빅터 씨(53·남)는 “병역 의무는 중요하지만 세계적 성과를 낸 인재를 지원하는 것도 국가의 선택일 수 있다”며 “한국인에게 군대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국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국민들이 누구나 공통적으로 인정할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면 지금보다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출신 알론소 씨(Alonso·21·여)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공연을 보러 갈 정도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데 멤버들이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웠다”며 “전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면 예외를 인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 레이프 씨(Leif·27·남)는 “운동선수나 음악가처럼 활동 기간이 제한적인 직업군은 별도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며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군대를 가는 동안 돈을 더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몇 년의 공백이 선수와 예술가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금액 상금 등으로 인해서 반대한다면 군대를 가지 않을 경우 포상금의 비율을 줄이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체육·예술인도 적지 않다. 체육 분야에서는 축구선수 손흥민과 야구선수 이정후가 대표적이다. 두 선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인 류현진과 이대호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프로게이머 T1의 이상혁(페이커) 역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의무를 대체하게 됐다.
예술 분야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성진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을 통해, 임윤찬은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통해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인 빅토리아 씨(Victoria·38)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좋아해서 특히 이정후 선수를 응원하는데 군 복무와 관련된 부분은 잘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보다 선수 한 명을 더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서 한국 선수가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늘어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병역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의 기준이 마련됐다. 현재 예술 분야는 국제음악경연대회 25개, 국제무용경연대회 5개, 국내예술경연대회 5개 등 총 35개 대회 95개 부문 입상자가 대상이다. 스포츠 선수는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내에 오르거나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차지할 경우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다. 특례를 받은 스포츠 선수들은 4주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자신의 활동 분야에서 544시간 봉사하면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병역특례는 엘리트 체육, 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법이다. 엘리트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체육, 예술인들이 증가했으며 국위선양과 엘리트 체육, 예술인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달라졌다. 또 2002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과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처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특례 대상이 확대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반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역특례 논쟁을 단순한 병역 형평성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병역특례 논쟁은 단순히 병역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문화·체육 인재를 어떻게 활용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인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인재들은 개인 성취를 넘어 국가 이미지와 산업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현재 스포츠 선수가 병역특례를 받기 위한 성적 기준은?
A. 올림픽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오르거나, 아시안게임에서 1위(금메달)를 차지할 경우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Q2. 예술 분야에서 병역특례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과 사유는?
A.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을 통해,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통해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Q3. 규정된 기준 외에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예외적으로 특례가 확대되었던 사례는?
A.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예외적으로 특례 대상에 포함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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