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건! '자연재해'다!"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이하 실크송)'의 파급력을 이보다 더 잘 함축한 문장이 있을까요. 그만큼, '실크송'은 인디 게임계에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9월 4일 출시일을 확정하자 비슷한 시기에 출시 예정이었던 인디 게임들이 대거 출시일을 연기했으며, 이와 관련해서 각종 밈이 쏟아져나왔을 정도였죠.
단순한 설레발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래봤자 인디 게임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출시 직후 수많은 게이머들이 몰린 끝에 대규모 트래픽으로 스팀 서버가 마비됐으며, 출시 당일에는 스팀 최대 동접자 수 58만 명을 돌파하는 등 어지간한 대작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게임에 대한 평가 역시 대체로 호평 일색입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전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와 함께 극찬이 이어지고 있죠.
다만, 극찬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날것 그대로의 평가는 다소 갈린 걸 볼 수 있었는데요. 출시 직후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실크송'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현재, 추천 비율(모든 언어) 76%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가 하락했습니다. 전작인 '할로우 나이트'가 추천 비율(모든 언어) 97%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게임 자체는 더욱 흥행했지만, 평가 자체는 다소 감소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작을 뛰어넘었다는 극찬에도 불구하고 '실크송'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지, 어떤 부분들이 발전했고 어떤 부분들이 아쉬웠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르명: 메트로배니아
출시일: 2025.09.04.
리뷰판: 출시 빌드개발사: 팀 체리
서비스: 팀 체리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

전작인 할로우 나이트의 경우 빈말로도 스토리가 친절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은유와 비유로 점철됐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세계관과 스토리를 파악하려면 온갖 NPC들을 만나서 그들과 대화하고 숨겨진 비밀들을 파헤쳐야 했죠. 그럼에도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애초부터 친절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더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바로 전작의 주인공 기사의 존재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작에서 기사는 한마디도 안 합니다. 그렇기에 NPC들도 그저 혼잣말에 가까운 얘기를 할 뿐이죠. 대화가 아니니 정보 역시 일방통행으로 전달받는 게 전부이고 이러니 스토리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궁금한 점들을 기사의 입을 통해 묻고 그것에 답하는 게 아니라 그저 정보의 나열이 전부니까요.

대표적으로는 스토리가 한층 직관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화함으로써 호넷의 궁금증,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궁금증에 답할 뿐만 아니라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길을 제시한다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바로 퀘스트 마커가 추가된 건데요. 안 그래도 길을 찾기 복잡하다는 평가를 듣던 메트로배니아, 할로우 나이트 시리즈에 있어서 이런 변화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합니다.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다양한 서브 퀘스트 역시 눈여겨볼 만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에서는 사실 이렇다 할 서브 퀘스트라고 할 게 없었습니다. 애벌레를 구하거나 정수를 모으는 것, 그리고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꽃배달 퀘스트 정도뿐이었죠. 이후 그림 극단 콘텐츠가 추가되면서 서브 퀘스트라고 할 게 늘어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게임의 전반적인 비주얼과 연출 역시 한층 강화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작은 망국의 폐허를 배경으로 했기에 전체적으로 색감이 어두운 편이었습니다. 흑백의 대비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죠. 그런 전작과 달리 '실크송'에서는 기존의 감성과 아트 디자인을 완벽하게 계승하는 동시에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원래부터 지역별로 저마다의 특색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러한 특색들이 한층 풍성해진 모습이죠. 덕분에 호넷이 어떤 곳에 있어도 다채로운 색감은 물론 개성 넘치는 지역별 디자인 덕분에 눈이 즐거울 정도입니다.

스토리를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서브 퀘스트, 그리고 컷신 등의 연출적인 요소가 추가된 건 분명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변화입니다. 독창적이면서도 나름 방대했던 세계관, 설정에 힘이 실린 건 물론이고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좀 더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말이죠. 이것만 놓고 봐도 전작 대비 확실한 발전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을 '실크송'은 문장을 추가함으로써 근본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문장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전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사냥꾼 문장만 쓸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 숨겨진 '예배당'이라는 곳을 클리어하면 새로운 문장을 얻게 되고 이를 장착함으로써 각양각색의 전투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자체로는 딱히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면 사냥꾼 문장의 점프 하단 공격이 대각선이라는 점이죠. 여기에 피격 판정도 좁기에 45도 각도를 정확히 맞추지 않는다면 함정으로 돌진하는 경우가 왕왕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얻게 되는 사신 문장은 한 줄기의 빛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격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넓은 공격 범위에 무엇보다 하단 공격이 전작의 기사와 거의 같은 형태가 되므로 플랫포머 함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는 다른 문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랑자 문장은 사신 문장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공격 속도가 빠른 대신 공격 범위가 좁다는 걸 들 수 있습니다. 적에게 좀 더 바싹 붙어야 하는 만큼, 대미지를 입을 위험이 크지만, 간격만 잘 조절할 수 있다면 빠른 공격 속도로 인해 최소 1.5배는 더 대미지를 입힐 수 있죠.

사신 문장과 방랑자 문장이 공격 속도와 범위에 차이가 있는 정도라면, 야수 문장은 아예 다른 형태에 가깝습니다. 점프 하단 공격이 포물선을 그리는 만큼, 플랫포머 구간에서는 최악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주지만, 그 대신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엮기를 쓸 경우 체력 회복 대신 타격 시 회복으로 바뀌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엮기 시간이 짧아질뿐더러 일정 시간 공격 범위도 넓어지는 만큼, 여러모로 보스전에서 빛을 보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투 시스템과 관련된 변화는 또 있습니다. 바로 도구입니다. 도구는 어떤 측면에서는 전작의 부적을 대체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대체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단순히 부적을 대체한다고만 하기엔 도구만의 특징이자 장점 역시 많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빨간색의 소모성 도구와 파란색과 노란색의 장비형 도구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되며, 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 난이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장비형 도구는 전작의 부적에 좀 더 가깝습니다. 장착함으로써 다양한 부가 효과를 얻는 식이죠. 둘 다 똑같은 장비형 도구지만, 쓰임새는 살짝 다릅니다. 노란색 도구는 간단히 말하자면 유틸리티성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에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는 나침반부터 묵주나 껍데기를 자동으로 주워주는 도구, 질주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도구 등이 대표적이죠.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 보조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파란색 도구는 직접적으로 전투를 보조하는 형태입니다. 피격 시 실크를 소량 생성하는 것부터 화염 대미지를 반감 시켜주는 도구, 투척 무기(소모성 도구)에 독 대미지를 부가하는 도구, 엮기 시간을 단축시키는 도구까지 다양해서 이를 어떻게 조합할지 빌드를 짜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주술사 문장과는 정반대인 문장도 있습니다. 설계자 문장으로 실크 기술 슬롯이 없는 대신 빨간색 3칸, 파란색과 노란색 각각 2칸으로 되어 있어서 대놓고 소모성 도구를 쓰는 데 특화된 문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고유 능력으로 실크를 소모해 도구를 즉석에서 제작할 수도 있죠. 평타 등이 약하고 실크 기술을 쓸 수 없는 대신 그 부재를 소모성 도구로 메운 콘셉트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 팀 체리의 실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맛있는 매운맛은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지만, 아플 정도의 매운맛은 좌절감과 스트레스만 안겨주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실크송' 역시 그러했습니다. 정확히는 1장의 레벨 디자인이 말이죠. 장르에 상관없이 난이도라는 건 일반적으로 점진적으로 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게 절묘한 게임은 레벨 디자인에서 극찬을 받기도 하죠. 그런 측면에 있어서 '실크송'의 레벨 디자인은 다소 아쉽습니다.

심지어 잡몹이라고 해서 마냥 쉬운 것도 아닙니다. 비행형 적들은 플레이어의 입력에 반응하는지 적이 공격하는 순간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잡기도 어렵습니다. 다가가면 금세 거리를 벌리면서 진행을 방해하죠. 문제는 비행형 적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 함정이 가득한 발판 위라는 점입니다. 처치하지 않고 그냥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해서 피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초반에는 성장 요소가 거의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난이도를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점진적으로 캐릭터가 성장함으로써 잡몹들은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1장에서는 눈에 띌 정도의 성장을 체감할 수 없습니다. 서브 퀘스트를 깨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님으로써 체력을 1칸 정도는 늘릴 수 있지만, 그래봤자 5칸에서 6칸으로 늘어나는 거여서 사실상 체감이 안 되는 수준이죠.


문제가 되는 건 미니 보스입니다. 특히 다수의 잡몹을 소환하는 미니 보스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보통 1대1로 상대하는 메인 보스와는 달리 미니 보스의 경우 잡몹을 소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게 더 난이도를 높이는 면이 있습니다. 잡몹이라고 해서 한두 방에 죽는 것도 아니고 대여섯 대는 때려야 하는 적이 나오기도 하는 만큼,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아, 이젠 패턴을 알겠어' 하는 느낌이 아니라 '아, 여기서 왜 쟤가 나와'하는 생각이 들 때가 허다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상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고생 끝에 잡았는데 묵주나 껍데기만 나온다거나 심지어 그냥 길이 개방될 뿐 이렇다 할 보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허무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전작부터가 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전작과 비교해도 초반부터 높은 난이도로 설정된 이러한 면들은 여러모로 아쉽다고 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 매운맛을 극복하고 맛있게 받아들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매운맛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닙니다. 애초부터 매운맛이라는 건 맛 수용체가 반응하는 게 아닌 통점, 이른바 통각을 자극한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실크송'의 초반부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과정은 고통스러우며,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재미를 느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만 극복한다면 분명 '실크송'은 만족할 만한 재미를 선사할 그런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해보길 추천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난관이라는 건 극복했을 때 더욱 성취감이 느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그 고난을 극복했을 때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