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에서 LP 듣고 커피도 마시고".. 변화하는 은행들
“귀여운 캐릭터에 홀려서 들어갔는데 은행이라 신기했습니다. 위화감이 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우리은행 ‘WON RE:CORD(원 레코드)’ 만난 이혜리(28)씨는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원 레코드는 지난 22일 우리은행이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무신사테라스에 개점한 이색점포다.
은행 점포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은행 업무만 보는 곳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거나 패션 플랫폼과의 제휴점포, 카페점포 등 이색점포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이 과열되고 내점 고객이 감소하자 이색점포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원 레코드 외부는 음표 모양 캐릭터 ‘지지직’이 그려진 턴테이블 간판과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팝, 재즈, 힙합 등 200여 개의 LP판이 전시돼 있다. 고객은 마음에 드는 LP를 고르고 나서 창가에 있는 턴테이블이 놓인 책상에 앉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LP존 옆에는 스티커사진을 찍는 부스도 있다. MZ세대 취향에 맞게 설계된 이곳은 평일에는 150명, 주말에는 400명 정도의 고객이 찾는다.
우리은행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데스크는 스티커사진을 찍는 부스 안에 함께 마련돼 있다. 디지털데스크에서는 거래내역 확인, 인터넷뱅킹, 예·적금 등 기본적인 업무에서부터 대출·펀드·신탁·퇴직연금 등 창구 상담이 필요한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데스크 속 본점 디지털영업부 직원과의 화상상담을 통해서다.
이날 원레코드를 찾은 대부분 고객은 2030대이었다. SNS를 보고 이곳을 찾아온 이안(32)씨는 “최근 레트로가 붐이라 LP를 듣고 싶어서 찾아오게 됐다”며 “은행이라고 하면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곳은 기존 은행과는 다르게 친숙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서울 명동에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로 구성된 ‘카페스윗 쏠(Café Swith SOL)’을 개점했다. 카페스윗 쏠은 신한은행이 사회적협동조합스윗을 후원해 개점한 카페다.
이곳에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와 제빵사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명동점을 포함해 신한은행 본점 1호점·신한금융그룹 백년관점·서울대입구점·정릉점 등 5개 카페스윗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부는 신한금융그룹의 캐릭터인 신한프렌즈로 알록달록 꾸며졌다. 장애인 작가를 포함한 신진작가들이 만든 신한프렌즈 아트 토이가 전시돼 있다. 한쪽 벽면에는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도 마련돼 있다. 이날 카페를 찾은 고객들은 신한프렌즈 동상과 앞에서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거나 굿즈를 구경하면서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업무를 보지만 매장 운영은 여타 매장과 다르지 않았다. 손님들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친다. 이 외 직원에게 문의 사항이 있을 때는 전자 패드를 건네받아 소통했다. 만약 소통이 막히면 비장애인 직원 2명이 손님을 돕는다. 원활한 운영과 귀여운 내부 인테리어에 카페는 개점 일주일 만에 하루 평균 손님이 700명을 넘어섰다.
대다수 고객은 은행 업무보다는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찾았다. 윤단비(29)씨는 “SNS를 통해 카페를 알게 돼 찾아오게 됐다”며 “굿즈를 구경하러 왔다가 귀여워서 인형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김성현(34)씨는 “카페 개점 이후 평일 내내 왔다”며 “스마트폰으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업무를 보고 커피도 마실 겸 카페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폐쇄점포를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한 ‘하나톡톡라운지’를 지난 18일 개점했다. 이 점포는 지난해 12월 폐쇄된 경기도 안산시 소재 상록수 지점을 리모델링했다. 하나 톡톡 라운지는 STM(스마트 ATM)과 ATM이 설치돼 고객은 간단한 은행 업무는 화상상담이 가능하다. 매주 수요일에는 인근 영업점 직원이 방문해 ATM기로 볼 수 없는 업무를 처리해 준다.
하나톡톡라운지는 지역 주민 사이에서 커뮤니티 라운지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에는 기다란 책상이 위치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부터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존재했다. 이곳에는 하루에만 평균 40~5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이날 지인들과 함께 하나톡톡라운지를 찾은 강윤경(63)씨는 “함께 운동을 하는 지인들과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운동을 끝내고 이곳에 와 30분 정도 티타임을 가진다”며 “근처에 하나은행 지점에 가려면 1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은행 업무를 보면서 편히 쉴 수도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내점고객이 감소하면서 고객 모집을 위한 이색점포를 만들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기존 영업점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과의 경쟁도 시중은행이 이색점포를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이용이 늘어나고 수익성 측면을 고려하면 영업점이 줄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과거 점포와 달리 이색점포를 마련하며 내점 방문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은행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권 관계자는 “2030을 중심으로 한 MZ세대 사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맞서 시중은행은 팝업스토어나 카페 형식 점포를 열어 젊은층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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