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굴 은행장]③ 우리 정진완, 경영 키워드 '내부통제·中企상생'

조회 212025. 1. 17.
/그래픽=박진화 기자

정진완 신임 우리은행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 행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내부통제 관련 이슈를 잠재우는 동시에 신뢰 회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주목되고 있다. '영업통'으로 알려진 그는 우리금융의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도 드라이브를 걸 핵심 주자로 꼽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이 설정한 올해 경영좌표는 △신뢰 △고객 중심 △혁신 등이다. 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로 몸살을 앓았던 우리은행의 최우선 과제를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삼은 것이다. 정 행장이 언급한 '진짜 내부통제'는 그의 경영전략을 압축한 키워드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금융 분야 영업 전문가로 우리금융의 기업대출 성과에 기여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5년 2월 당시 '빅5'로 불리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중 한일은행에 들어와 그룹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9년 상업‧한일은행 합병과 한빛은행, 지금의 우리은행까지 30여년간 영업 일선에서 일했으며 △런던지점 과장 △우리아메리카은행(현지법인) 부장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 VG영업그룹장 △테헤란로 VG영업본부장 △본점영업부 VG영업본부장 △중소기업그룹장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거쳐 올해 우리은행장에 올랐다.

영업현장을 잘 아는 정 행장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면 '불필요한 업무의 축소'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행장의 실용적 사고가 작동한 것으로 꼭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남은 시간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으로 신뢰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임 이후 정 행장의 첫 번째 약속은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개선이다. 이는 우리금융에 요구되는 기업문화 쇄신과도 맞닿아 있다.

불필요한 업무 축소와 함께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고 조직과 직원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젊고 역동적인 문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상업파'와 '한일파'로 나뉜 우리은행의 계파문화 청산을 시사한 것으로 이달 3일 정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상업·한일은행 퇴직 직원 모임이었던 동우회를 '우리은행동우회'로 통합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더 나아가 정 행장은 기존 직원 성과평가 방식이었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기로 했다. 경쟁에 앞서 전 직원의 통합을 우선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정 행장은 첫 출근길에서 "은행의 성장을 위한 제일 큰 부분은 현재 직원의 사기와 교육"이라며 "우리은행 직원들이 지금은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지만 조만간 잘 이겨내고 저와 함께 고객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과의 상생은 은행의 존재이유"

/그래픽=박진화 기자

정 행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경기불황에 자금융통으로 상생을 실현할 방침이다. 취임사에서도 그는 "고객과의 상생은 은행의 존재이유"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은행 창립이념에 따라 정부의 금융정책에 맞춰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정 행장의 전문 분야인 기업금융 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 행장은 30년간 영업에서 캐리어를 쌓은 만큼 전임 행장이 못다 이룬 '기업금융 명가 재건'의 꿈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행장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은행의 모태는 조선 상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며 "영업만 30년을 해온 저는 은행과 중소기업 영업에서 톱클래스"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자료=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의 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총대출 약 340조원 중 △기업대출 191조원 △가계대출 145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중에서는 △대기업 54조8280억원 △중소기업 136조170억원이었으며, 이는 같은 시기 약 186조원에 달하는 KB국민은행의 전체 기업대출(대기업 42조6000억원, 중소기업 143조1000억원) 규모보다 크다.

한편 임종룡 회장의 첫 신년 행보에서도 '상생'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임 회장은 이달 2일 우리금융미래재단이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어린이와 자립준비청년 등 8명을 우리금융 본사로 초청해 개최한 오찬행사로 새해를 시작했다. 지난해 PB센터를 찾아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 선점과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임 회장은 이달 15일 열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올해는 신뢰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조직 내 윤리적 기업문화 정착, 그룹 차원의 윤리경영 실천에 모두가 한뜻으로 몰입해 반드시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NIM 개선 총력…신수익 확대 박차

정 행장은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글로벌 확장 및 신사업 지원을 통한 신수익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수익성의 대표 지표인 지난해 3분기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1분기(1.50%)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우리금융 측은 금리인하에 대비해 원화핵심예금 증대와 비은행 자회사 조달비용 감축을 추진하며 NIM 하방 압력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우리금융지주

원화핵심예금은 요구불 및 저축예금과 개인 및 기업자유예금 등을 포함한다. 지난해 3분기 핵심예금 비중은 전년동기(31.7%) 대비 2.1%p 감소한 29.6%로 다소 하락했으나 월평잔 규모만 놓고 보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같은 시기 원화핵심예금은 1년 전보다 2조원 늘어난 9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은 "올해 핵심예금 증가가 NIM 하락 방어에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 확대를 위한 30가지 핵심예금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은행 고객이 은행 핵심예금에 적극 가입할 수도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산업 및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기치로 새 수익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은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분야처럼 신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 자금지원을 집중하자는 생각"이라며 "올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주요 과제는 상생과 내부통제는 물론 글로벌 현지화 전략, WM 분야 성장, 그리고 디지털 분야의 경쟁우위 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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