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자사앱 사용해 주세요”…배달앱 폭리에 지친 점주들

9.8% 중개수수료 없는 자사앱…“본사·점주·고객 모두 남는 장사”
ⓒ르데스크

배달 플랫폼들이 중개 수수료를 올리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자사 앱 사용을 성토하고 있다. 자사 앱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 앱 중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소비자들 또한 다양한 이벤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주장이다.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고 있는 윤석호(39·가명) 씨는 최근 오른 배달 수수료 때문에 이전보다 치킨을 많이 팔아도 정작 남는 것은 없다고 호소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20% 정도 순수익이 발생했는데 배달 앱 시대가 열리고 5~10%가량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윤 씨는 “고정지출과 재료비, 가맹점비를 내면 겨우 인건비를 건지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배달 수수료가 오르면서 이것마저도 건지기 힘들어졌다”며 “한달에 1000만원을 번다고 치면 여기서 무려 100만원 가량이 배달 수수료로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배달 앱이 막 도입되던 시기에는 수수료가 있어도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수익이 증가했지만 지금처럼 오른 상태에서는 일만 더하고 버는 건 똑같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쿠팡 이츠 등은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올리는 추세다. 배달앱 점유율 1위인 배달의 민족은 최근 배민1플러스 배달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3%p나 올렸다.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도 각각 9.8%, 9.7%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다.

▲ 배달 플랫폼들이 중개 수수료를 올리자 이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자사앱 이용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신호를 기다리는 라이더. [사진=뉴시스]

배달 중개 수수료가 무섭게 상승하자 프랜차이즈 점주들 사이에서는 자사 앱을 사용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사 앱을 사용할 경우 배달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는 중개 수수료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약 10%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윤 씨는 “자사 플랫폼뿐이나 매장 식사나 전화 방문 포장 등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주문이 들어오면 너무 반갑다”며 “매 주문마다 무려 10%나 배달 수수료를 떼 가는 것은 정말 자영업자 등에 빨대를 꼽고 말려 죽이겠단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점에서 3만원어치 주문을 했을 때 자사 앱의 경우 배달비를 제외하고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없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점들은 배달비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점주들이 자유롭게 배달업체를 선별할 수 있다. 반면 배달 앱을 사용할 경우 중개 수수료 3000원에 배달비 3500원가량이 바로 차감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달 앱 주문은 최소 3000원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배달 플랫폼보다 프랜차이즈 자사 앱을 사용하는 편이 이득이 더 크다. 배달비의 경우는 비슷할 수 있어도 자사 앱에만 있는 자체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점주들 수익성 및 브랜드 자생력 강화를 위해서 자사 앱에 투자를 아끼고 있지 않다.

BBQ의 경우 자사 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평일 배달비를 최대 4000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맘스터치의 경우 최근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 티니핑과 협업한 제품을 자사 앱에서 구매 시 여행 상품권, 싸이버거 교환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맥시카나 역시 신제품 출시 기념으로 자사 앱 5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사앱을 키우기 위해 자사앱에서만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자사앱 이벤트를 진행한 맘스터치 이벤트 포스터. [사진=맘스터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자사 앱을 쓰는 것은 회사, 점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 및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점주들은 배달 중개 수수료 부담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또 자사 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많은 만큼 소비자들 또한 같은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프랜차이즈 자사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적다는 점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혜택이 좋더라도 음식 하나를 주문하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까지 하는 노력이 귀찮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이지호(29) 씨는 “지금 핸드폰에 깔려있는 프랜차이즈 앱은 자주 먹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전부다”며 “치킨이나 피자도 먹긴 하는데 한곳에서 시켜 먹지는 않아서 매번 다른 앱을 깔아서 로그인할 정도의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사앱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접근성을 향상시키거나 획기적인 이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이득인 줄 알면서도 업체 앱 사용률이 낮은 건 그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비로그인 회원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식으로 소비자와 거리를 좁히거나 과정이 수고스럽지 않을 정도의 혜택이 있다면 소비자들도 반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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