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연내 주식거래 재개 목표"...사옥·골프장 매각 속도
티와이홀딩스가 워크아웃 자구안의 핵심인 에코비트 매각을 성사시키면서 태영건설의 재무건전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재무구조를 보완해 올해 안에 유가증권시장 거래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26일 태영건설의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KKR과 공동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을 IMM컨소시엄에 전부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에코비트 지분 100%의 매각대금은 2조 700억원이다.
자구계획 이행 순항…거래 재개 잰걸음
티와이홀딩스의 에코비트 지분 매각은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 채권단과 약정한 재무구조 개선의 일부를 이행하기 위해 성사됐다.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건설이 제출한 자구계획의 핵심으로 꼽혔다.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에코비트를 매각할 경우 티와이홀딩스가 절반인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워크아웃을 개시하기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에코비트, 블루원을 각각 매각하고 평택싸이로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추가적으로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넷, DMC미디어 등의 지분을 담보로 태영건설에 리파이낸싱과 후순위 대출 지원을 제공하고,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윤세영 명예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SBS 지분까지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워크아웃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와이홀딩스는 에코비트 매각대금 1조350억원(지분 50%) 가운데 4000억원을 우선 KKR 자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티와이홀딩스는 올해 1월 13% 금리로 4000억원을 빌려 태영건설에 대여했다. 티와이홀딩스는 KKR에 원리금을 상환한 뒤 나머지를 태영건설에 출자해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개월간 1000억원에 가까운 이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돼 5000억원 정도를 최종적으로 태영건설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올 6월 기준 자본총계 4249억원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추가로 5000억원이 투입되면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2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해 12월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량을 매각해 96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같은 달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팔아 600억원을 조달했다. 이와 별도로 SBS 주식을 담보로 윤 명예회장의 딸인 윤재연 씨에게 330억원을 빌려 투입하는 등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 블루원이 보유한 경주 디아너스CC는 1316억원을 받고 고려시멘트에 넘겼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에코비트 매각으로 자구계획 중 굵직한 것들은 다 이행된 상태"라며 "현재 자구계획을 몇% 이행했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채권단에서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체크해 평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연내 주식거래 재개도 노리고 있다. 태영건설은 올 3월 삼정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 사유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고 재무제표 등을 검증할 수 없어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태영건설은 상장폐지를 피하려 올 4월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2025년 4월까지 개선기간을 확보했다. 태영건설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만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의견거절 사유 중 하나였던 재무제표 검증 불가도 적합한 검증자료를 제출해 해결할 계획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상장적격 실질심사를 마쳐 연내 거래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를 열고 적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적격 판정을 받으면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태영건설은 유동성 확보 노력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디앤디인베스트먼트와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을 논의하고 있으며, 골프장 루나엑스CC도 인수 대상자를 찾고 있다.
PF 사업장 지분 매각 현금 확보
태영건설은 PF 사업장 지분 매각에 나서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4월 채권단(18개 금융사)과 운영위원회를 열어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60곳 중 10여곳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태영건설은 시행사에 출자한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PF 사업장을 청산하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타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태영건설이 출자한 법인은 지난해 말 176개에서 상반기 말 157개로 감소했다.
사업장별로 보면 서울 세운5구역 사업 지분 16.2%를 GS건설이 인수했으며, 경기 김포 풍무역세권개발 지분 6%는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이, 공동주택 필지는 보성그룹 계열사인 한양과 BS산업이 사갔다. 이 밖에 경기 부천 오정동 군부대 이전지 개발은 시행사 지분 69%를 인수할 대체출자자를 찾고 있다. 부천 군부대 이전지 개발 사업의 PF 대출 1800억원이 9월 중순쯤 만기를 맞는 만큼 인수 협상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시공사 교체 등을 포함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PF 부실 위기가 발생한 사업장의 대출을 컨소시엄에서 인수한 사례도 있다. 경기 군포 트리아츠지식산업센터 사업은 태영건설, SK에코플랜트, SK디앤디 등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꾸려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태영건설이 신용보강한 1000억원의 대출을 SK에코플랜트, SK디앤디가 인수해 사업을 정상화했다.
태영건설의 브리지론 사업장은 지난해 20곳에서 올해 반기 기준 15곳으로 줄었다. 브리지론 신용보강 규모도 같은 기간 6849억원에서 6703억원으로 146억원 감소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