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은 버티는데 왜”… 한국만 꼼짝 못한다, 민주노총 “정부가 나서라” 분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가 ‘전략적 딜레마’에 빠졌다.

원유 의존도는 35%로 일본(95%)이나 중국(90%)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파병 압박은 오히려 더 강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16일 “미국의 전쟁 동원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지만, 정부는 한미 외교장관 통화를 통해 신중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원유 의존도 35% vs 일본 95%의 역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경유 원유 의존도는 35%로, 일본(95%)이나 중국(9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이 ‘실익 없는 파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원유 확보라는 경제적 명분이 약한 만큼, 파병이 순전히 ‘미국에 대한 정치적 제스처’로 비칠 위험이 크다.

반면 일본은 원유의 95%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면서도, 평화헌법 9조로 인해 전투 작전 참여에 법적 제약이 있다. 중국은 원유 의존도가 90%에 달하지만,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파병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이 의존도는 낮지만 거부하기는 어려운 가장 곤란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에서 “유조선 호위와 해상 안전 확보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중동 군사 충돌에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욱 진보당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민주노총 광주본부장)는 “미국의 무기 자본과 석유 재벌을 위한 침략 전쟁”이라며 강한 어조로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3~4주 소요되는 파병, 실효성 논란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쟁점은 파병의 ‘실효성’이다. 한국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최소 3~4주가 소요된다.

현재 청해부대가 활동 중인 아덴만에서 호르무즈까지는 약 1,800km로 이틀이면 도착 가능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파병 논의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 투입까지 한두 달 이상 걸릴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란의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군함의 파견이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미·이란 간 외교적 해법이 마련되면 ‘뒤늦은 파병’이 될 위험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지스 장비를 장착한 구축함을 투입할 경우 탐색부터 요격까지 가능하지만, 소해 헬기가 없어 기뢰 제거 등 일부 작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호르무즈 해협 파견은 단순한 항로 보호를 넘어, 이란의 탄도미사일 등 군사적 반격에 노출될 수 있는 고위험 임무다.

호르무즈 파병 요구는 한국에게 ‘안보와 경제’, ‘동맹과 자주’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는 시험대다. 원유 의존도가 낮아 실익은 적지만, 주한미군 주둔국이라는 이유로 파병 압박은 강하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자주 국가로서의 책임’과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