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32] 악명 높은 중국 관리 ‘도필리’

칼과 붓이 함께 등장하는 도필(刀筆)이라는 말이 있다. 종이가 없어 죽간(竹簡) 등에 글자를 썼던 시절의 이야기다. 붓으로 죽간에 글을 쓰다 틀리면 그를 긁어내서 다시 써야 했으므로 칼과 붓은 늘 함께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이 단어는 공무 집행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도필리(刀筆吏)라고 하는 명칭이다. 이는 과거 왕조시대 공식 관원(官員)을 돕는 하위 공무 종사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흔히 아전(衙前)이라 했던 사람들이다.
지금과 다르지만, 과거에는 우리도 ‘벼슬아치’와 ‘구실아치’를 구분했다. 앞은 공식 선발 과정을 거쳐 뽑은 고위직, 뒤는 그 절차 없이 지방 관아에 발을 들인 하위직 공무원이다. 여기서 ‘구실’은 백성이 내는 세납(稅納)을 가리킨다.
지방 공무 체계의 바탕인 이들 아전은 보통 향리(鄕吏) 또는 서리(胥吏), 이속(吏屬) 등으로도 부른다. 그러나 ‘도필리’는 아전 중에서도 문자(文字)를 취급하는 쪽이다. 따라서 서리(書吏), 부사(府史)라고도 불렸다.
중국에서는 이 ‘도필리’의 명성이 아주 좋지 않다. 이들은 주로 형벌(刑罰)과 소송(訴訟)을 다루면서 권력을 보좌했던 참모 그룹이다. 옛 형명(刑名)을 다루는 일이니 지금으로 치면 사법(司法) 종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청(淸)대에 이들은 각종 송사(訟事)를 주무르며 글자 하나로 사람 생명도 해치고, 막대한 이권을 삼키는 일로도 유명했다.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를 뒤흔들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며, 증거를 날조하는 행위로 특히 악명을 떨쳤다.
공산당을 보조하는 중국의 사법체계도 이 ‘도필리’의 부활을 경계한다. 그러나 이젠 한국 일부 판사·율사 등 법조인들이 그 흉내를 낸다. 벌써부터 다음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계엄 사태 이후 줄곧 혼란만 부추긴다. 마음이 아주 음험했던 옛 ‘도필리’들이 환생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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