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 저항 상징이 된 ‘쓰레기 더미’

박은하 기자 2023. 3. 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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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 노동자들 9일째 파업
16일 최종 법안 표결 예상
파리의 대표적 번화가 중 한 곳인 생미셸 광장에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번화가인 생미셸 거리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카페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도 파지, 스티로폼 등 재활용품과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일반 쓰레기가 뒤엉켜 작은 언덕을 이뤘다. 파리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전역의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파업을 9일째 벌이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쓰레기가 16일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는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을 둘러싼 갈등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트로카데로 광장의 상인들은 공동으로 민간회사와 계약을 맺고 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결국 보류했다. 소각장이 가득 차서 쓰레기를 수거해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류, 소각, 하수도 노동자들이 일제히 파업에 참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힘든 육체적 노동으로 분류되는 쓰레기 수거 노동자는 57세에, 하수처리 노동자는 52세에 은퇴할 수 있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이 직종 노동자들의 은퇴 기간도 2년 더 연장된다.

파리 동부 이브리쉬르센 소각장 점거에 참여한 쥘리앵 드보는 AFP통신과 인터뷰하면서 “하수구에서 3~4시간을 일하는 것은 (다른 직종 노동자들이) 24시간, 48시간 일하는 것과 같다. 40대 중반이 되면 신체적으로 짓눌리는 동료들도 많이 본다. 일부는 은퇴 전 사망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중병에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안이 통과되면 적절한 연금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해 및 질병예방을 위한 프랑스국립안전연구소(IRNS)에 따르면 하수도 노동자는 6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다른 직종보다 2배 높다.

상·하원은 15일 연금개혁의 최종 법안을 도출하기 위해 양원동수위원회(CMP)를 가동하는데, 여기서 법안이 도출되면 16일 표결을 실시한다. CMP가 합의하지 못하거나, 합의에 이른 법안이 하원이나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양원에서 다시 법안을 심의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상·하원은 늦어도 3월26일 표결을 마쳐야 한다. 표결이 이뤄지지 못하면 정부가 법률 명령으로 연금개혁을 하거나, 헌법 49조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채택할 수 있다. 이 경우 마크롱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사진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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