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바이오와 소룩스의 합병을 둘러싼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아리바이오가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7조원대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소룩스가 최근 2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합병 전후 지배구조와 잠재물량 부담이 부각됐지만 대형 기술이전(LO) 성과가 나오면서 시장은 아리바이오의 기업가치 변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7조 LO에 커진 AR1001 몸값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과 AR1001의 글로벌 개발·상업화를 위한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47억달러, 한화 약 7조원이다. 푸싱제약은 한국과 중동, 중남미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AR1001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이번 계약에는 단계별 선급금 성격의 금액도 포함됐다. 아리바이오는 계약금 6000만달러(900억원)를 우선 수령하고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발표 시 추가 8000만달러(1200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과 최대 20% 수준의 로열티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AR1001은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미국·유럽·영국·중국·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1500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임상 3상(POLARIS-AD)이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회사는 올해 하반기 탑라인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아리바이오의 재무 부담과 소룩스 합병 구도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아리바이오는 기술특례 방식의 코스닥 직상장이 잇따라 무산된 뒤 소룩스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사 지위 확보에 나섰다. 소룩스는 2023년 6월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를 새 최대주주로 맞은 뒤 아리바이오와의 합병을 추진해 왔지만 금융감독원의 반복적인 정정 요구로 일정은 장기간 지연됐다.
그 사이 재무 부담도 커졌다. 아리바이오는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막바지에도 CB·BW 등 메자닌 조달을 이어왔고 기존 미상환 메자닌 잔액은 8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7조원대 LO가 성사되면서 기존 전제 자체가 달라진 상황이다. 앞으로는 소룩스 합병이 아리바이오의 상장 통로라는 차원을 넘어 높아진 신약가치가 기존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에 충분히 반영됐는지가 새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소룩스 CB·잠재물량은 합병 변수
다만 AR1001의 가치가 커진 것과는 별개로 소룩스와의 합병 구조에는 여전히 부담이 남아 있다. 소룩스는 지난 13일 250억원 규모 제8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이자율은 2%, 만기이자율은 8%이며 만기일은 2029년 5월29일이다. 전환가액은 3453원으로 책정됐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 90억원, 채무상환자금 72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88억원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채무상환자금은 기존 제3회·제7회 CB의 만기 전 취득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724만81주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14.67% 수준이다.
문제는 기존 미상환 주식연계사채까지 더할 경우 잠재물량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소룩스의 기존 미상환 주식연계사채와 신규 CB를 합친 전환 가능 주식 수는 2056만7247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41.69%에 이른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합법인은 AR1001의 기술가치와 함께 소룩스의 오버행 부담도 함께 안고 출발하게 된다.
지배구조 변수도 있다. 이번 CB는 투자목적 법인 인더머니가 전량 인수한다. 소룩스는 해당 CB만 전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더머니가 전환 후 발행주식총수 기준 12.80%를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대주주가 인더머니로 바뀔 가능성도 공시에 명시했다. 합병 후 사명이 아리바이오로 바뀌더라도 지분 구조와 경영권 안정성은 별도 변수로 남는 셈이다.
결국 이번 LO 이후 소룩스 합병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리바이오는 계약금으로 수령하는 900억원은 소룩스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 909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아리바이오가 비상장 상태에서도 대형 LO를 통해 대규모 현금 유입 가능성을 확보한 만큼 소룩스와의 합병이 더 이상 유일한 재무 해법으로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LO 이후에는 소룩스와의 합병이 과거만큼 절실한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며 "계약금 900억원만 실제 매출로 인식돼도 소룩스의 체급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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