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은 거절했다”…빈살만 ‘격분’케 한 트럼프의 아브라함 협정 요구

백민정 기자 2026. 5. 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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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서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조건으로 이슬람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며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요구했지만, 중동 국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외교관들은 이를 “웃음거리”, “현실성 없는 요구”라고 평가하며 미국 내 정치용 메시지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한 소식통을 인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브라함 협정 참여 요구를 받고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란 종전 협상과 관련해 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왕세자가 이미 ‘노(No)’라고 100번은 말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말해야 하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가자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실질적 로드맵 없이는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추진된 중동 외교 구상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외교·경제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중동 일부 국가와 이스라엘 간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화해와 공존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은 외면한 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만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중동 지역 정치·종교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고 ‘중동 평화 빅딜’ 성과를 과시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전후 중동 구상은 ‘아브라함 협정’···트럼프 요청에 아랍 국가들 ‘당황’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51418001#ENT

미국·이란 종전 협상의 핵심 중재국인 파키스탄 역시 협정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최근 자국 방송사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그런 협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의 근본 가치와 충돌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스라엘을 “인류의 저주”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파키스탄 내부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가 강해 정부가 이를 거스르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직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전직 관리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아랍 국가들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축하한다’는 농담 메시지를 보냈더니 웃음 이모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당국자는 “중동 국가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상당한 피로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실제 협상 조건이라기보다, 대이란 협상에 불만을 가진 미국 공화당 강경파와 친이스라엘 진영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폴리티코는 걸프 지역 외교관을 인용해 “분노한 지지층을 진정시키기 위한 영리한 전술”이라며 “계속 언급은 하겠지만 실제 합의 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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