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선배의 현역생활 마지막 타자가 될 수 있어서 영광" 안타 친 NC 최정원의 고백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나도 선배님처럼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NC 다이노스 최정원이 은퇴 경기에 나선 한화 이글스 정우람을 상대한 소감을 밝혔다. 최정원은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7-2 승리를 이끌었다. 9위 NC는 6연패에서 벗어나면서 시즌 성적 61승79패2무를 기록했다.
최정원은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에서 부담스러운 상대와 마주했다. 은퇴 경기에 나선 레전드 좌완 정우람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선 것. 정우람은 지난 15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선언한 뒤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 은퇴 경기에서 꼭 한 타자를 상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김 감독은 유니폼을 벗는 선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줬다.
정우람은 은퇴식에서 한 타자를 상대할 기회를 얻은 것과 관련해 "전성기 때처럼 좋은 공이 나온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름 마지막 순간을 팬분들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서 한 타자에 담아 보겠다"고 했다.
정우람은 선발투수지만, 이례적으로 등판에 앞서 불펜에서 뛰어나왔다. '불펜 레전드'의 정체성을 지키는 세리머니였다. 정우람은 이날 전까지 투수로는 아시아 역대 최다인 1004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했다. 은퇴 경기는 선발투수로 나서게 됐지만, '수호신'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싶었다.
정우람은 1회초 선두타자 최정원을 상대했다. 공 4개 모두 혼신을 다해 직구를 던졌는데, 최고 구속은 132㎞를 찍었다. 볼카운트 2-1로 불리한 상황에서 최정원은 정우람의 4구째 직구를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정우람은 약속대로 혼신을 다해 던졌으나 1년 가까이 마운드에서 멀어져 있던 시간을 가릴 수는 없었다.
한화 벤치는 약속대로 움직였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공을 넘겨받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자 정우람은 마지막 인사를 위해 마운드로 모인 야수들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정우람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에도 선수들과 포옹하며 마지막을 아쉽고도 후련한 은퇴 무대를 마쳤다.
최정원은 정우람에게 마지막 안타를 친 타자가 된 것과 관련해 "정우람 선수의 현역생활 마지막 타자가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선배님께서도 내가 최선을 다해 승부하길 원하셨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최정원은 자신을 최선을 다해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정우람을 지켜보며 뒤를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내려가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선배님처럼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펼쳐질 선배님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며 박수를 보냈다.
공필성 NC 감독대행은 롯데 자이언츠 감독대행 시절인 2019년 9월 15일 대전 한화전 승리 이후 1841일 만에 승리를 기록했다. 강인권 감독 경질 이후 대행을 맡아 이끈 첫 승리였지만, 정우람의 마지막에 더 무게를 뒀다.
공 대행은 "오늘(29일) 경기에서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매 순간 집중한 부분이 승리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오늘 경기도 큰 응원을 보내준 팬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다시 한번 정우람 선수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우람은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에 사인하면서 전격 이적했고,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39억원에 한번 더 계약하면서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보장받았다.
정우람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올해 플레잉코치로 뛰겠다고 선언했으나 올해 사실상 잔류군 투수코치로 지내면서 선수로 마운드에 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마지막을 고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정우람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지난 15일 은퇴 선언 뒤 이날 은퇴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정우람은 KBO리그 통산 1005경기에서 977⅓이닝을 던지면서 64승47패,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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