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부족해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의외의 비밀
어휘력이 중요하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아는 단어가 많다면 같은 말인데도 다채롭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문장 안에서 같은 단어를 써야 할 때가 있죠. 앞에서 A라는 단어를 쓰고, 뒤에서도 A라는 단어를 쓰면 이를 ‘동어 반복’이라고들 하며 되도록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렇다고 뒤에 나오는 A를 단지 ‘그것’이라고만 하면 문장 의미가 모호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아는 단어가 많으면 유리합니다.
많은 분이 남들은 잘 모르는 단어를 많이 아는 게 어휘력이라고들 생각합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쉬운 말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글도 좋은 글이 됩니다.
"어휘력이 풍부해지면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다시 태어나서 대작가가 되어야지"와 같은 말입니다.
어휘는 그냥 많이 읽고 쓰면서 짬짬이 익히면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사전이 있잖아요. 예전처럼 가나다순으로 정렬된 종이 사전을 뒤지지 않아도 온라인 표준국어대사전에 그 단어를 쳐 넣기만 하면 바로 의미가 뜨고, 그 의미를 잘 읽다 보면 대체할 말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설령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음을 보실까요. 위 문장을 아래 문장으로 수정해보았습니다.
친구는 그 엽서에 자신이 가끔은 거부가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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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그 네모난 종이에 자신이 가끔은 거부가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위 문장에는 ‘친구’와 ‘엽서’라는 단어가 두 번씩 들어가 있습니다.
똑같은 말을 중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어려운 말을 떠올리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 친구와 막역한 사이라면 ‘녀석’이라는 말로 대체하면서 친분의 정도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엽서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말로 대체해보겠다고 굳이 어려운 단어를 찾아 사전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네모난 종이’라고 해도 되고, ‘우편물’이라고 해도 됩니다.
이 문장에서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지만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문장이 덜 지루해졌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전혀 없습니다. 에세이는 눈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듯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상어만으로도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침대맡에 놓아둔 당신의 일기장도
두고두고 읽히는 좋은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