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누구한테 집 주실 거예요?’ 생전에 미리 상속 문제 터놓아야” 정지용 법무법인 아인 변호사

조지윤 기자 2024. 10. 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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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는 이제 더는 재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도 상속세의 대상이 되는 요즘이다. 세금부터 분쟁까지 알아두면 쓸모 있을 상속에 관한 알짜 상식을 전한다. 

정지용 법무법인 아인 변호사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바뀌고 있다. 당초 1950년 제정된 상속세법은 부의 대물림을 저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속세 신고 건수는 2019년 6970명에서 지난해 1만8282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상속세 과세 비율은 2008년(1.04%) 처음으로 1%를 넘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상승 속도도 빠르다. 2020년(2.9%), 2021년(3.7%), 2022년(4.53%)에 이어 지난해 6.82%를 기록했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15%까지 늘어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오름세와 맞물려 상속세로 문제를 겪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갑작스럽게 상속이 이뤄지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오히려 상속받은 재산을 팔아 현금을 충당하거나 심하면 거주지에서 쫓겨나는 아이러니가 일어나는 것이다. 상속세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결국 정부가 25년 만에 칼을 빼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5일 상속세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최고세율 50→40% △최저세율(10%) 적용 범위 1억 원 이하→2억 원 이하 △자녀 공제 5000만→5억 원 등이다. 이어 상속세 과세 방식을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법률안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유산세 제도는 상속 총액에 세금을 매기고 상속인별 재산을 나누고, 개별 상속인이 다시 상속세는 나눠 내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각 받은 유산에 대해 과세한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도 유산취득세에 대해선 "중산층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향후 제도 개편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드라이브 걸린 세제 개편과 더불어 상속에 관한 관심 자체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정지용 법무법인 아인 변호사는 "세제 개편으로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다고 생각해 방심하면 안 된다"며 "미리 꼼꼼히 살피고 50대, 60대부터 상속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를 만나 상속세 개편을 앞두고 유의해야 할 점과 상속 분쟁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소득 원천 증빙 위해 상속 이전에 증여도 고려해야

상속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존에는 상속세를 내는 비율이 낮았습니다. 일부 기업가에게만 해당했는데 5년여 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속세를 내는 세대수가 늘어났습니다. 또 해외에 비해 세율이 높다 보니 부의 국외 유출도 심각해졌습니다. 자산가들이 상속세가 없는 나라로 이민 가는 것이죠. 기업들이 떠나게 되면 결국 상속세를 내지 않는 계층도 종합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세무 당국이 손을 볼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른 것이죠.

상속세 부담으로 사전증여가 활성화된 바 있습니다. 이번 개편으로 증여 트렌드도 영향을 받을까요.
상속세가 개편됐다고 해서 사전증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증여 공제는 증여일 기준으로 10년간 적용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증여를 반복하는 경우 상속에 비해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근 5년 사이 증여세 신고 건수가 2배 정도 늘어난 배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상장주식이나 저평가된 부동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면 이번 개편과 무관하게 사전증여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 상속세가 면세되는 지점 부근의 자산을 보유한 경우에는 사전증여를 할 동기가 다소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부부간 증여도 미리 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와 미리 의논할 필요는 있지만, 부부 둘 중 1명이 소득이 없을 경우는 사전증여를 진행하는 편이 좋습니다. 예컨대 아내가 전업주부인데 남편 사망 시점에 부인 명의로 된 재산이 많다면 소득 원천 증빙에 문제가 생깁니다. 사전에 일정 부분을 증여해서 소득 원천을 만들어야 추후 재산 증식에 대한 근거가 생깁니다.

세금 때문에 위장 이혼도 늘었다는데요.
이혼 과정에서 이뤄지는 재산분할의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정산·분배하는 것이라고 봐서죠. 아직은 위장 이혼 수가 엄청나지는 않은데 점점 세금에 예민해진다면 그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결혼 후 부부가 같이 모은 재산에 대해서만 분할하지 않나요.
이론상은 그런데 실무상으로 결혼 기간이 10년 넘으면 혼인 전 취득한 재산, 즉 특유재산이라는 개념이 흐려집니다. 결혼 당시 각자가 모은 재산이나 부모에게서 증여받은 재산이 있더라도, 결혼 생활을 10년 이상 유지하면서 재산을 보존하는 데 두 사람 모두의 공이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혼인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요.
세금은 물론이고 주택청약 등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혼인 신고를 안 하는 부부가 꽤 많습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누군가 사망해도 두 사람 사이 상속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자신이 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않기 때문에 이 경우를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본인이 갑자기 사망할 것이란 생각을 안 하고 살아서 상속 준비를 않는 경우가 많고요.

손주 증여도 늘었습니다. 학비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금전 제공도 문제가 된다고요.
부모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없고, 무재산자로서 자녀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면 조부모가 생활비나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에 세금이 부과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 경우에 조부모의 지원은 '상속을 선급했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특별수익이 되는 만큼 세금 부과 대상입니다.

증여세를 피하려고 가짜로 차용증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 차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 차용증을 공증받아야 하고, 이자도 정확하게 산정해서 매달 송금하는 등 자료를 마련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세청은 연 4.6%의 법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면 그만큼의 차익을 가졌다고 봅니다. 단, 덜 지급한 이자가 연간 1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로 추정하지는 않습니다. 역산해보면 약 2억1700만 원까지는 가족 간에 증여세 부담 없이 무이자로 대출해줄 수 있습니다.

생전에 미리 상속에 관한 이야기 나눠야

상속보다는 증여가 늘 효율적인 선택일까요.
사실 상속과 증여는 세율이 같아서 상속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둘 사이 특별한 차이가 없습니다. 단, 증여는 10년 단위로 공제가 갱신되기에 장기적으로 여러 차례 진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증여세는 증여 당시의 가액으로 산정하므로 현재 저평가된 자산을 증여하면 나중에 상속하는 것보다 세금 측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 임대수익률이 좋은 부동산을 증여하면 수증자가 추후 자금 원천을 증빙하기에도 좋습니다. 상장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증여 시점 전후 2개월 동안의 종가를 평균해 증여 가액을 결정하는데, 증여세 신고 기한까지는 증여를 취소할 수 있어서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번복할 수도 있고요. 단, 상속과 증여를 세부담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여러 관계를 두루 고려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와 상담도 반드시 하고 결정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세부담 측면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건 정확히 어떤 건가요.
상속을 하거나 증여를 할 때 절세에만 초점을 두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재산을 합리적으로 나눠줬다고 생각해도 사망 후에 자녀나 배우자가 본인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원망하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세금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속 분쟁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본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자기 사후에 상속 분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피상속인은 많이 없어요. 안타깝게도 재판을 해보면 가장 지저분한 사건이 바로 가사에 관한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이 재판 과정을 본다면 저승에서 뛰어올 만큼 서로 인신공격도 난무하고요. 절세도 중요하지만 분쟁을 줄이는 것까지가 상속 계획에 포함됩니다.
상속 계획은 어떻게 세울 수 있나요.
자신의 건강 상태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 자녀들의 재산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나이도 생각해야 합니다. 상속 분쟁이 생겨서 자녀와 배우자가 재판하던 중에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상속세를 두 번 내게 될 수도 있어요.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절세할 수 있는 분배 방식과 시점 등을 정해야 합니다. 이를 혼자서는 계산하기 어렵고 은행,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의논하는 편이 좋습니다.

또 고려해야 할 점이 있나요.
상속 후에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재산을 조사하게 되면 생전에 증여했던 재산도 가족 모두가 알게 됩니다. 이때 형제들끼리 누구는 수십 년 전에 증여받았기 때문에 이번 상속에서는 배제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로 다투는 경우가 많아요. 어려운 일인 건 알지만,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인들과 증여 여부나 자산에 대해 터놓으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일부만 떼어줄 수도 없고, 자산 가치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더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더라도 최소한 피상속인 사후에 재판까지는 안 가도록 미리 마음을 강하게 먹고 교통정리를 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 등록금이나 유학비 지원, 결혼 자금 지원 등의 문제가 피상속인 사후에 불거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미리 가족들과 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상속뿐만 아니라 죽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심지어 장지를 어디로 할지조차 미리 얘기를 못 나눈 까닭에 장례식장에서 허겁지겁 정하는 경우도 꽤 있고요. 부모님이 버젓이 살아 계신데 '돌아가시면 건물은 누구 줄 거예요?’ 등을 묻는 것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상속에 관해 말을 꺼내고 공론화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피상속인 본인밖에 없습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미리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상속은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50대부터 조금씩 부부끼리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본인 거동도 잘 안 됩니다. 그러다 보면 본인이 일을 직접 처리할 수 없고 자녀 1명이 도맡아 모시면서 일 처리를 돕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문제의 소지가 되곤 합니다. 아직 자녀들에게 영향력도 남아 있고 건강할 때 미리미리 상속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과 방법이 궁금합니다.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해 자산 재배치와 사전증여도 필요하고, 사후 상속 분쟁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유언 공증 등 명확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전문가와 상담해서 플랜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문가 상담은 변호사, 세무사 등을 찾아서 해도 좋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상담 창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 상속을 준비하겠다고 결심할 때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작이 반입니다.

전문 기관이 다양한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요.
분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세무사는 상속세 신고 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변호사는 세금보다 상속인들 사이 분쟁에 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PB센터는 연계한 세무사, 변호사들이 있어서 종합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요. 우선 여러 곳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맞는 전문가를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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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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