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수소 열풍이 불었다.
탄소중립, 수소경제, 그린 에너지. 뉴스마다 수소가 넘쳤다. 이 회사의 주가는 65,400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1위 기업, 수소 시대의 최대 수혜주라는 말이 쏟아졌다.
그리고 현실이 왔다.
정책이 흔들렸다. 발주가 끊겼다. 수소 열풍은 거품이었나 싶었다. 주가는 12,500원까지 추락했다. -80.9%. 6만 원에 샀던 사람은 5분의 1만 남았다.
그런데 지금, 전혀 다른 곳에서 이 회사를 부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다.
이 종목은 두산퓨얼셀(336260)이다.
수소 대장주가 1만원이 된 이유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제조하는 회사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발전소, 빌딩,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친환경 발전기다.
2020~2021년 정부의 수소 정책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수소법 개정, 수소경제 로드맵.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주가가 뛰었다.
문제는 기대가 현실보다 훨씬 앞질렀다는 것이었다. 정책 입찰이 지연됐다. 수주 공백이 이어졌다. 2024~2025년 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대감은 결국 무너졌고, 주가는 52주 최저 12,500원까지 밀렸다.
65,400원에 샀던 투자자들의 손실은 -80.9%에 달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온 구원투수 — AI 데이터센터

반전은 수소 정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
AI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생성형 AI 열풍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건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소도시 하나의 전력을 쓴다. 미국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의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전기를 만들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력망 병목이 심각하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찾은 해답 중 하나가 수소연료전지다. 전력망과 무관하게 즉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탄소 배출도 적다.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기저전원이자 비상전원으로 최적이라는 평가다.
2025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두산퓨얼셀 익산공장을 수차례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두산퓨얼셀 PAFC(인산형 연료전지)가 기술·품질 검증을 통과했다. 데이터센터에 설치될 수 있는 품질이라는 공식 인정이다.
빅테크에 이어 국내 대기업들도 줄줄이

기술 검증 이후 MOU가 쏟아졌다.
LG전자와 수소연료전지 폐열을 활용한 에너지효율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데이터센터·산업단지에 전기와 냉난방을 동시에 공급하는 모델이다. SK에코플랜트, 효성중공업과도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솔루션 MOU를 맺었다.
HD현대와는 수소연료전지와 가스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미국에서는 두산의 자회사 하이엑시엄이 조직 개편을 통해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SK증권은 "2026년 상반기 미국 데이터센터향 계약이 구체화되면서 해외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2025년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을 통해 107메가와트 수주에 성공했다. 2024년(74메가와트) 대비 크게 늘었다.
수급과 밸류에이션

현재가 41,900원. 52주 최저 12,500원에서 +235% 반등했다.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45,875원. 투자의견은 매수(3.75)다. SK증권은 목표주가 42,000원을, KB증권은 "실적이 저점을 지났고 수주가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26년 매출 전망치는 6,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SOFC 신공장 고정비 부담으로 영업적자는 240억원 수준이 이어질 전망이다.
외국인소진율 18.79%. AI 데이터센터 테마가 가시화될수록 추가 유입 여지가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핵심 리스크는 미국 데이터센터 계약의 현실화 여부다. 기술 검증은 통과했지만, 최종 납품까지는 안전 테스트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계약이 지연되거나 불발될 경우 주가 모멘텀이 급속히 약해질 수 있다.
국내 수소 발전 시장도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발주 규모가 달라진다. 2021년의 학습 효과가 있다. 정책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는 현실 앞에 무너졌었다.
2026년에도 적자가 이어진다는 점은 단기 투자자에게 부담이다. PBR 9.33배는 자산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망
6만 원에 샀다가 1만 원까지 떨어졌던 주식이 4만 원을 회복했다.
수소 정책의 기대감이 꺼진 자리를, AI 전력난이 채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 검증 통과, LG전자·SK·HD현대의 러브콜, 국내 입찰 수주 반등.
2026년 상반기 미국 데이터센터 계약이 현실화된다면, 지금의 주가는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목표주가 45,875원보다 훨씬 높은 숫자가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이 종목을 이해하는 핵심은 단 하나다. 2021년과 지금의 차이는 정책 기대가 아닌 실제 고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고객이 글로벌 빅테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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