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을 두고 벌어지는 국제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결정적인 한 수를 뒀습니다.
영국의 해양 방위 전문기업 밥콕(Babcock)과 손을 잡고 '꿈의 파트너십'을 완성한 것입니다.
단순히 잠수함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건조부터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토털 솔루션 제공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죠.
과연 이번 파트너십이 한국 조선업계의 숙원인 CPSP 수주에 결정타가 될 수 있을까요?
60조원 잠수함 사업, 왜 이렇게 중요할까?
CPSP는 캐나다 해군이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최대 60조원이라는 규모만 봐도 어마어마하지만,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섭니다.

성공할 경우 한국이 세계 잠수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K-조선 원팀'을 꾸려 지난달 최종 후보에 선정됐습니다.
이제 독일의 강호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된 상황입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것은 우리나라 해군도 운용 중인 장보고-III 배치-Ⅱ 잠수함입니다.
밥콕과의 만남, 운명적 파트너십의 시작
지난 9월 12일 밥콕 캐나다법인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한화오션과 CPSP 사업 수행 협력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밥콕은 한화오션의 CPSP 사업 독점 운용·유지보수 파트너가 됐습니다.

캐나다 전역에서 잠수함 12척의 건조부터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 생애주기 지원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밥콕과 한국 잠수함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장보고-III 잠수함 개발 과정에서 밥콕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장보고-III 배치-I의 3000톤급 규모를 고려할 때, 독일 HDW보다는 7000톤급 이상의 대형 원잠들을 BAE Systems와 함께 설계부터 제조한 경험이 풍부한 영국 밥콕이 더욱 적합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무장체계에 밥콕 인터내셔널의 WHLS(Weapon Handling and Launch System) 기술이 적용됐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아스튜트급 잠수함, 스페인의 이삭 페랄급 잠수함에도 들어가는 이 시스템을 기술 이전받아와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공기터빈펌프(ATP) 압축수형 어뢰발사체계를 탑재하게 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양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적 신뢰와 협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17년 경험의 현지 전문가, 왜 필요했을까?
밥콕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현지 경험입니다.
밥콕은 캐나다에서 17년 이상 잠수함 운용·유지보수 경험을 쌓아왔으며, 캐나다 왕립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에 대한 운용 지원을 지속해왔습니다.

즉, 캐나다 해군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죠.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 해도, 현지 운용·유지보수 경험과 네트워크 없이는 캐나다 정부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웠습니다.
납기 준수, 운영 안정성, 유지보수 지원 등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현지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입니다.
장보고-III 배치-Ⅱ, 어떤 잠수함이길래?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Ⅱ 잠수함은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입니다.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합니다.

최대 7000해리, 우리 거리로 약 12900킬로미터를 운항할 수 있는 놀라운 항속 거리를 자랑하죠.
여기에 수직 발사관까지 갖춰 비대칭 억제 능력도 확보했습니다.
단순히 적을 감시하고 정찰하는 수준을 넘어, 필요시 강력한 타격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종합 전투 플랫폼인 셈입니다.
이런 성능이라면 광활한 캐나다 연안을 지키는 데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4년간의 치밀한 준비 과정
이번 파트너십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한화오션은 2021년부터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왔습니다.
2021년 밥콕 영국 본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잠수함 사업 협력 의향을 확인했고, 이듬해에는 밥콕 인터내셔널과 함정 사업 분야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캐나다 사업 준비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2023년에는 국내 최대 방산 전시회인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밥콕 캐나다법인과 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해 CPSP 사업 수행을 위한 기술 협력 기반을 구체화했습니다.
작년에는 밥콕 인터내셔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잠수함·함정 수출 경쟁력을 확대하는 등, 마치 바둑을 두듯 차근차근 포석을 놓아온 것이죠.
승부수 던진 한화오션, 과연 성공할까?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해외사업단장은 "한화오션의 검증된 잠수함 건조 역량과 최단 납기 일정, 밥콕의 현지 공급망 및 글로벌 유지 경험이 결합돼 캐나다 왕립해군은 잠수함 함대의 최적 가용성을 보장하는 가장 낮은 리스크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토니 마치 밥콕 캐나다법인 CEO도 "이번 계약은 한화오션과 기존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양사의 풍부한 경험을 CPSP 사업에 결합할 수 있게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장보고-III 잠수함 개발 때부터 함께해온 검증된 파트너십, 현지 전문가의 노하우, 그리고 최첨단 잠수함 기술까지. 한화오션이 준비한 모든 카드가 과연 60조원 잭팟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