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서 시작되는 '모두를 위한 MMORPG', TL 개발자 인터뷰
엔씨소프트의 신작 PC MMORPG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가 오는 12월 7일 정식 출시된다.
TL은 날씨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스 월드와 던전, 7종의 무기 중 두 가지를 선택해 다양한 전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무기 조합 시스템’, 무기 별로 마련된 고유한 방어 스킬을 활용한 컨트롤 중심의 전투 시스템, 던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패턴의 보스 몬스터, 고정된 위치가 아닌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협동/경쟁 콘텐츠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엔씨소프트는 TL을 통해 그동안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건 '소통'이다. 게임이 본격적으로 공개되고 테스트를 시작하면서부터 '프로듀서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수차례 개발 과정을 공유했는데, 여기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지난 11월 16일 개최된 지스타 2023에서는 TL 개발 총괄 안종옥 PD를 비롯한 개발진이 무대로 나가 직접 TL 최신 버전을 시연하고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직도 엔씨소프트와 TL에 날선 반응을 보이는 플레이어가 많지만, 최근 22일 진행한 사전 캐릭터 생성이 1시간 만에 조기 마감된 것을 보면 새로 변화하고자 하는 엔씨소프트에 기대를 거는 플레이어 역시 적지 않다.
TL의 소통은 미디어로도 이어졌다. 엔씨소프트는 11월 23일 판교 자사 사옥에서 안종옥 PD, 이문섭 DD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별도의 제한 시간을 두지 않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여기서도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표적인 소통 사례는 역시 프로듀서의 편지다. TL은 5월 CBT에서 플레이어와 평단의 혹평을 받았다. 특히나 지적 받은 건 전투와 육성이었다. 직업이 아닌 무기로 전투 양상이 다양해지고 적의 공격에 맞춰 사용하는 방어 스킬로 차별화를 가한 게 특징이었는데, 공격 시 이동 불가능, 자동 사냥이 공존하는 탓에 그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육성은 사냥터에서 자동 사냥을 돌리는 것이 주가 되었기에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과 다른 것을 원한 플레이어의 원성을 샀다.
9을 공개된 프로듀서의 편지에서는 일단 이 둘을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자동 사냥을 없애고, 공격 시 이동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무기별 스탯 조정, 스킬 습덕 속도 개선, 초반 보유 스킬 추가, 분쟁 지역 외 캐릭터간 충돌 제거 등 게임의 핵심 전투 시스템을 강화했다. 육성에 대해서는 성장 구간 사냥 비중 축소, 인스턴스 던전과 모험 콘텐츠 확장, 경험치 보상 상향을 통해 레벨업 시간을 대폭 단축, 만렙부터 본격적인 콘텐츠를 즐기는 게임으로 재구성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큰 도움을 준 게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이었다고, 안종옥 PD는 소회했다.
"TL을 만들면서 내부에서는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던 가치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정리해준 것이 플레이어들이예요. 방향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고, 쭉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욕도 많이 먹었고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CBT 하길 진짜 잘했다고 봐요. 지금도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에게 노출해 TL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가치를 높게 매기는 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TL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만큼, 글로벌 파트너 아마존 게임즈(AGS)를 통해 해외 플레이어의 피드백도 받고 있다. 단순히 사업, 마케팅, BM 등 성과를 목표로 한 이야기가 아닌, TL이라는 게임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밸런스 같은 게임의 깊은 영역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문섭 DD는 이런 과정을 거친 TL의 글로벌 서비스는 훨씬 더 완성된 모습이 될 거라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안종옥 PD는 TL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모두를 위한 MMORPG"라고 대답했다. '타깃층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음에도, 어떤 플레이어라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치를 표현하려고 여러 계층의 사람과 분류하고 고민하고 노력했기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TL이 엔씨소프트의 바람처럼 엔씨소프트의 인식을 바꾸고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MMORPG가 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이날 인터뷰를 통해 소통에 대한 의지만큼은 진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모두를 위한 MMORPG'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지금 TL이 진행 중인 소통 역시 그런 기치 아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의 플레이어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CBT 당시의 TL이, 반년 만에 사전 캐릭터 생성이 1시간 만에 종료되는 기대작이 된 것도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